예지몽#2
나는 매일 밤 꿈을 꾼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뒤척이며 자다 깨기를 반복하는데
이 와중에 다시 잠이 들 때마다 새로운 꿈들이 펼쳐진다.
이 수많은 꿈들 중 생생하게 느껴지는 꿈들이 있다.
현재의 상황과 맞는 꿈을 생생하게 꾸고 나면 그와 연관된 일이 바로 다음날,
이틀 뒤 혹은 며칠 후에 일어나게 되어 나는 곧 깨닫게 된다.
‘아~ 이래서 그 꿈을 꿨구나..
그 꿈이 이런 의미였구나..‘
이렇게 말이다.
이번 예지몽 두 번째 이야기는 2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거 같다.
가족들과 아파트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며 살았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송이’
나는 송이와 서로 애착이 있었고 동물과 교감한다는 것을 이때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하교 후에는 언제나 집에서 송이를 돌보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거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잠시 집 현관문을 열어놓았는데 송이가 갑자기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때 우리 집은 2층이었고 계단 몇 개만 내려가면 바로 공동현관 출입구였다.
오래된 옛날식 아파트라 공동현관 유리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어 송이가 바로 밖으로 나가버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곧바로 따라나갔지만 송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송이야~’ 하고 불러도 송이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송이를 포기할 수 없어서 며칠 동안 하교 후 집 주변에서 송이를 애타게 찾아다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나는 매일밤 꿈에서도 송이를 찾아 헤매었다.
꿈속에서 저 멀리 송이가 보여서 가까이 다가가보면
다른 고양이어서 실망하고..
송이를 찾아서 집에 데려가려는데 어느샌가 사라진다든가 이런 식..
매일밤 이런 꿈을 꾸며 점점 지쳐갔다.
그런데 일주일째 되는 날 밤에 꾼 꿈은 조금 달랐다.
꿈속에 나온 장소가 바로 우리 집 베란다였다.
나는 베란다 안에 있었고 송이가 베란다 밖에 있었는데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내가 있는 베란다 안으로 펄쩍 뛰어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나는 드디어 송이가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꿈에서 깨어났다.
이 꿈을 꾸고 왠지 오늘 송이를 찾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 나는 가족들과 아침밥을 먹으며 신나서 말했다.
’오늘 송이가 집에 들어올 거야 ‘
당연히 아무도 안 믿었지만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드디어 송이가 집에 돌아오는구나 하는 생각에 계속 들떠 있었던 거 같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갔다.
내가 집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밖에서
’야옹~‘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곧바로 뛰어 나가 보니 아파트 공동현관의 계단난간에
우리 송이가 많이 야윈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그런 송이를 얼른 감싸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송이를 안고 들어 간 나를 보며 엄마는 조금 놀라신 거 같았다.
송이가 집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바로 다음날 돌아오다니 그것도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정말 신기하고 감사했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