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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소녀 Aug 12. 2024

월급날

예지몽#3

선명한 시각과 청각으로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그 사이에 잠시 머무르다

곧 깨닫게 된다.


‘아, 꿈이었구나’


꿈에 보이는 장면과 소리, 이것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잠이 들었을 뿐인데 내 무의식에 저장된

다양한 정보들이 마치 영화를 보듯 펼쳐진다는 게

정말 신기할 뿐이다.




앞에 두 예지몽 이야기에 이은 세 번째 이야기를

해보겠다.


대략 17년 전 첫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나의 첫 직장은 원장님 1명,

직원 8명의 작은 의원이었다.


추석명절을 며칠 앞두고 우리 직원들은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하필 월급날이 연휴와 겹쳐버린 것이다.


요즘 같으면 월급을 미리 당겨서 주는 게

당연지사겠지만 그때 그 원장님은 굉장히

인색하신 분이었던지라..


우리 직원들은 하나같이 다들 이렇게 말했다.


‘원장님은 분명 추석연휴 지나고 월급 주실 거예요.‘


평소 월급날이 휴일에 있으면 항상 지나고 주셨기

때문이다.


‘명절이라 돈 나갈 데도 많은데..’


다들 이렇게 불만이 많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말하는 이도 없었고 다들 별 기대 없이 포기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명절연휴가 시작되기 삼 일 전쯤 나는 또

선명한 꿈을 꾸게 된다.


꿈에 병원 원장님이 나왔는데  언제나 그렇듯

진료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원장님은 나를 보고,


“월급에서 20만 원 먼저 주겠다”


이러시는 게 아닌가.

.

너무 생생한 꿈이었고 걱정하던 일이 꿈에 나와서

다음날 직원들한테 나의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의 꿈이야기를 들은 직원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웃어넘겼던 거 같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리고 또 다음날이 되었고 이제 하루뒤면

명절연휴 시작이었다.


오후 한가한 시간..

갑자기 원장님이 직원들을 한 명씩 자기 방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원장님 방에서 나온 직원들은 저마다 봉투 하나씩을

들고 나왔는데 다들 표정이 좋지는 않아 보였다.


내 차례가 되어 나도 원장님 방으로 들어갔다.


원장님께서 봉투를 건네주며,


‘월급에서 30만 원 미리 주는 거야, 명절 잘 보내고~‘


이러시는 게 아닌가.


인심 쓰듯이 봉투를 건네주시는데..


내 월급을 명절 떡값처럼 받는다는 게 참 웃기고

어이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상황이 내 꿈이랑 너무 똑같아서

다른 직원들이 소름 돋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그날 병원 실장님께서

하신 말을 듣고 나서였다.


금액은 원래 20만 원씩 준다고 한 거였는데,


세분의 남자직원들이 자기들은 미리 받지 않겠다

하여 여자직원들한테 10만 원씩 더 넣어 30만 원씩

준거라고 한다.


미리 20만 원을 당겨서 준다는 상황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꿈에 그 장면이 나오고 현실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이 알 수 없는 신비함에

인생이 참 재밌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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