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3
선명한 시각과 청각으로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그 사이에 잠시 머무르다
곧 깨닫게 된다.
‘아, 꿈이었구나’
꿈에 보이는 장면과 소리, 이것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잠이 들었을 뿐인데 내 무의식에 저장된
다양한 정보들이 마치 영화를 보듯 펼쳐진다는 게
정말 신기할 뿐이다.
앞에 두 예지몽 이야기에 이은 세 번째 이야기를
해보겠다.
대략 17년 전 첫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나의 첫 직장은 원장님 1명,
직원 8명의 작은 의원이었다.
추석명절을 며칠 앞두고 우리 직원들은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하필 월급날이 연휴와 겹쳐버린 것이다.
요즘 같으면 월급을 미리 당겨서 주는 게
당연지사겠지만 그때 그 원장님은 굉장히
인색하신 분이었던지라..
우리 직원들은 하나같이 다들 이렇게 말했다.
‘원장님은 분명 추석연휴 지나고 월급 주실 거예요.‘
평소 월급날이 휴일에 있으면 항상 지나고 주셨기
때문이다.
‘명절이라 돈 나갈 데도 많은데..’
다들 이렇게 불만이 많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말하는 이도 없었고 다들 별 기대 없이 포기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명절연휴가 시작되기 삼 일 전쯤 나는 또
선명한 꿈을 꾸게 된다.
꿈에 병원 원장님이 나왔는데 언제나 그렇듯
진료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원장님은 나를 보고,
“월급에서 20만 원 먼저 주겠다”
이러시는 게 아닌가.
.
너무 생생한 꿈이었고 걱정하던 일이 꿈에 나와서
다음날 직원들한테 나의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의 꿈이야기를 들은 직원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웃어넘겼던 거 같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리고 또 다음날이 되었고 이제 하루뒤면
명절연휴 시작이었다.
오후 한가한 시간..
갑자기 원장님이 직원들을 한 명씩 자기 방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원장님 방에서 나온 직원들은 저마다 봉투 하나씩을
들고 나왔는데 다들 표정이 좋지는 않아 보였다.
내 차례가 되어 나도 원장님 방으로 들어갔다.
원장님께서 봉투를 건네주며,
‘월급에서 30만 원 미리 주는 거야, 명절 잘 보내고~‘
이러시는 게 아닌가.
인심 쓰듯이 봉투를 건네주시는데..
내 월급을 명절 떡값처럼 받는다는 게 참 웃기고
어이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상황이 내 꿈이랑 너무 똑같아서
다른 직원들이 소름 돋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그날 병원 실장님께서
하신 말을 듣고 나서였다.
금액은 원래 20만 원씩 준다고 한 거였는데,
세분의 남자직원들이 자기들은 미리 받지 않겠다
하여 여자직원들한테 10만 원씩 더 넣어 30만 원씩
준거라고 한다.
미리 20만 원을 당겨서 준다는 상황을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꿈에 그 장면이 나오고 현실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이 알 수 없는 신비함에
인생이 참 재밌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