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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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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직장러 Jan 26. 2023

불혹

잡생각

공자님은 나이 40을 불혹이라고 이야기했죠.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실제로 그 나이가 되어보니 새삼 의미가 다르게 와닿습니다.


뭔가 뜻을 세우고, 나만의 길을 가기 때문에 외부의 것들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동안의 인생 경험에 따른 자기만의 생각이 굳어지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슬슬 귀를 닫는 시기가 되기 때문에 혹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명의 사람이 모이면 그중 한 명에게서는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모습에서 교훈을 얻고 배우려 하기보다는 일단은 밀어내기가 쉬운 나이인 것 같습니다.


직장이나 사회나 세대 간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요즘, 불혹의 상태 그대로 있어서는 선후배, 동료 그 누구의 마음을 얻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불혹으로 있다간 꼰대로 낙인찍혀서 아무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인생의 나이는 불혹은 넘어서더라도 생각과 마음은 좀 더 유연하게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하다 보면, 예전에는 억울하고 힘든 감정이 많이 들었는데, 요즘엔 서운한 감정이 종종 듭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킬까, 왜 어려운 일을 시켜놓고선 좋은 평가를 주지 않는 것일까? 왜 저 친구에게 저런 좋은 일(?)을 맡기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예전에는 많이 들었었죠. 최근에는 왜 내 생각과 다르게 일하지? 내 의견에 왜 따르지 않는 것일까? 왜 후배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지? 등등의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죠. 이 서운한 감정의 근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금 더 대우받고 싶어 하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나 동료들이 왜 저렇게 생각할까 왜 이렇게 이야기할까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저에게 보여주는 표면적인 것들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죠. 제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고, 예전에는 그랬더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인데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방식을 중심으로 일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불혹의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닐까 꽤나 염려스럽습니다.


신체 나이가 불혹에 이르런만큼, 생각과 마음의 나이는 귀가 닫히는 불혹이 아니라 진정한 불혹이 이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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