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라지만 여전히 날 수 있어

『피터 팬』

by 참읽기

We grow, yet we still can fly.

수하야,

엄마가 SNS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왔어. AI에게 고전 속 캐릭터가 되라고 한 뒤 대화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피터 팬에게 궁금한 질문들을 만들었어.

“피터팬, 너는 왜 엄마를 제일 싫어해?”
“엄마를 싫어하면서도 왜 웬디를 엄마로 데리고 왔어?”
“왜 인어들이랑 에버랜드에 사는 그 동물들이나 생물들은 다 너를 좋아해?”
“왜 너는 후크를 죽이고 싶어 해?”
“왜 초록색 옷을 좋아해?”
“먹는 흉내만 내고도 잘 지내잖아. 너는 배는 안 고파?”

엄마는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 적고 ChatGPT를 켰어.
“이제부터 너는 피터 팬이야. 내가 질문하는 것에 대답해 줘.”

너는 피터 팬이 된 AI에게 물어봤어. 깔깔 웃기도 하고 진지하게 경청도 하더라.
“피터 팬이랑 문자 메시지 주고받는 것 같아!”
긴 대화를 끝에 네가 말했지.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적어 넣었어.
“너는 왜 어른이 되는 게 싫어?”

AI와 대화를 마치고도 우리는 그 얘기를 했지. 어른이 된다는 건 뭐기에 피터 팬은 결코 나이 들지 않으려는 걸까?

“어른은 어린이보다 크고 더 성숙한 거야.”
“어떤 게 성숙한 거야?”
“몸이 큰 거.”
몸이 크면 어른인 건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네게 물었어.

“웬디의 엄마 아빠와 피터팬이 어떤 부분이 다를까?”
“피터팬은 재미있는 모험을 좋아하는데, 엄마 아빠는 자꾸 집에 있고, 파티에 가. 별로 재미없는 것 같아.”
“별로 재미있게 지내지 않는 거 같아? 왜 엄마 아빠는 재미있게 지내는 걸 좋아하지 않을까?”
“어른이니까?”
어른이 뭔지 묻는데, ‘어른이니까’라는 대답이 나오니 또 다르게 물었어.

“왜 엄마 아빠는 피터팬처럼 모험하는 것보다 집에 있거나 파티 나가는 것만 하려는 걸까?”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할 일은 왜 많아?”
“엄마 아빠는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해.”
“돈 벌어서 자기를 위해 쓰는 건가?”
“아이들을 위해서 쓰지.”
네가 엄마 아빠의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어.

“자기만 잘 지내면 되지, 아이들은 왜 챙겨?”
“책임감이 있나 보다. 책임, 사랑하고.”
“그래. 사랑하는 아이들의 삶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있네. ”
“웬디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웬디를 안고 있고, 아빠는 웬디를 키우는 데 얼마의 돈이 드는지 계산해.”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무엇인지 찾아냈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책임지는 사람들.

하지만 어른인 엄마는 피터 팬이 부러워. 영원히 네버랜드에서, 모험만으로 가득 채워서, 걱정 없이 날아다니는 모습. 어른인 내가 결코 이룰 수 없는 삶이야. 너는 명랑하고, 천진하고, 조금 무정하지. 아직 날 수 있어.

"명랑하고 천진하고 무정해야만 날 수 있단다."
— 『피터 팬』, 제임스 매슈 베리

너는 늘 스스로 크는 게 아쉽다고 말하곤 했어. 모험이 다 끝난 뒤에 피터 팬이 다시 네버랜드로 같이 가서 영원히 살자고 했다면? 너는 떠나버릴까 궁금하더라.
“안 가고 집에 있었을 거 같아.”
의외의 대답이었어.

“왜?”
“엄마가 좋으니까.”
“진짜? 피터팬보다? 모험보다?”
“피터팬보다 모험보다 엄마가 더 좋아.”
“웬디가 어른이 된 게 너무 슬픈 결말이라고 그랬잖아. 웬디가 계속 아이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거 아니었어?”
“어른이 되는 건 싫지만, 엄마가 있는 게 더 좋은 거야.”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선택했구나. 네 안에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 너의 사랑이 날개처럼 자유로우면서도 뿌리처럼 굳게 심어진 게 보였어. 피터 팬처럼 명랑하고 천진하지만, 웬디처럼 사랑하고 돌아올 줄도 아는 거지.

너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른과 아이,’ ‘엄마와 딸’을 넘어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게 돼. 그렇게 너의 시선으로 책을 보는 시간이 엄마에게는 정말 소중해. 너의 명랑하고 천진하고 무정한 시간을 나와 나누어줘서 고마워. 엄마도 계속 신나게 읽을게.

언젠가 피터 팬을 다시 읽게 되면, 우리가 여전히 하늘을 나는 마음 간직하고 있기를. 동시에 서로를 사랑하며 땅을 딛고 서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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