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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 Nov 17. 2022

물 이야기

바다, 물고기, 사람

동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일몰을 보기 위해 바다를 등졌을 것이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낙조를 볼 수 있는 것은 서쪽에 사는 사람들의 특권이겠지.


7호선 열차가 한강을 지나자 휴대폰에 집중하던 승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건너편 창을 바라보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따뜻한 평일 오후의 햇빛을 받아 빛나는 물을 보면서, 한강은 서울의 바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물고기의 후손이라 영원히 물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도.


물에서 해가 떠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물로 해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는 동쪽 끝에서 서쪽 끝만큼의 거리가 있을 것이다.


물 위로 열차가 지나가고 그 뒤로는 건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물 너머에는 아득한 깊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물을 창밖에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달리는 열차에서 반대 방향을 향해 필사적으로 뛰지 않으면 물을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왜 날마다 물에 몸을 헹궈야 하는 몸으로 진화했을까. 왜 물에 빠지기를 좋아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 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어 하는 걸까. 우리 유전자에는 오래된 향수병이 새겨져 있고 저마다 타협할 수 없는 바다를 갖고 살아간다… 육지를 밟고 있어도 헤엄친다. 유선형의 몸과 아가미 없이도. 숨을 참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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