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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 Dec 16. 2022

이별 이야기

 작년에 작고하신 교수님의 회고전이 열렸다. 오늘이-이제는 12시가 지났으니 어제가- 오픈일이었는데 벌써 친구들이 많이 다녀간 모양이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내릴 때마다 교수님의 그림이 등장한다.


 페인팅을 하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든 한 번씩은 그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던 것 같다. 강의에 대한 공통적인 반응은 "피드백을 모호하게 주신다"는 것이었다.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주지도 않고 아쉬운 것을 바로 해결해주지도 않는 아리송한 피드백. 막연히 "그건 별로", "이건 웃겨" 같은 말을 들은 친구도 있었고, 어쩐지 추상적인 말을 들은 친구도 있었다. 그걸 해석하기 위해 친구들과 작업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우리 중 누구도 그럴싸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친구들은 이제 "그냥 직관적으로 알려주세요" 같은 요구는 하지 못한다. 그때 우리를 스치고 지나간 말, 평가, 농담 같은 것을 붙잡고 그림과 싸우며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여전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묻고 싶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 문답이 오갈 수는 없지만, 그 사이에서 해결되지 못한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에는 잠시 연결될 수 있겠지. 친구들이 참 의연하게 아파하는 밤이다. 누군가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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