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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희 Sep 25. 2022

나는 평생 안정적인 삶을 살 줄 알았습니다.

직장생활 최악의 위기 



안정을 추구하고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월급생활자의 최고의 기쁨은 매달 또박또박 들어오는 월급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관심사는단연 인사이동이다

승진은 누가 하게 될지주요 요직부서에는 누가 가게 될지누가 기피 부서로 가게 될지? 

그야말로 종이 한 장으로 울고 웃는 운명이 정해지게 된다.     

매년 7월은 정기적인 인사이동이 있는 달이어서 6월쯤 되면 사무실 분위기는 언제나

뒤숭숭하다.          


그해는 참 이상했다.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다른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하필 우리 팀과 관계된 업무라서 상급부서에 

자료 제출과 현장 상황 파악으로 분주했고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만나본 최고 난도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해서 인사철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낄 새도 없이 하루하루가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사건이 연이어 하나둘 터질 때마다 올 것이 오는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연초에 재미 삼아 본 타로카드 한 장이 상황을 정확하게 예견했기에 일련의 사건들에 신기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연이은 사건 처리로 몸은 버거웠지만 내가 이렇게 멘털이 강한 사람이었나?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차분히 진행했다. 심지어는 이 사건들을 다 내 손으로 마무리한다는 결의까지 다지곤 했다.     


공무원은 안정적인 직업의 대명사다. 일부에선 무사안일 복지부동이란 말로 공무원에 대해 노골적인 시샘과

비아냥거림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안정을 추구하고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작은 소도시라 출퇴근 거리가 10분을 넘기지 않았고, 두 아이도 시댁에서 전담으로 맡아서 키워 주어서 육아와 전업의 병행에 무리가 없었다. 매달 월급이 또박또박 나오니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없고 그야말로 외부 세계의 불경기, 호경기와 전혀 관계없는 생활이었다.


퇴직 후에는 매달 연금 받으면서 책 읽고 여행 다니는 삶을 살기를 원했고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다. 

나는 내 삶이 더 이상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너무나 안정적인 삶을 살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한직 발령이라니,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나는 그해 7월 기피 부서인 하수처리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내가 왜? 전임자도 3년을 근무했다고 하는데 나보고 3년을 거기에서 보내라는 거야? 승진도 해야 하는데 갑자기 한직으로? 젊고 생생한 애들은 어디다 쓸려고 나 같은 늙다리를?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기로 간 거야찍힌 거야사람들이 쑥덕쑥덕 뒤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내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집에서 가까워서 좋겠다는 둥, 그리로 가겠다고 자원한 거야 하면서 나를 자극하기도 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뒤엉킨 머릿속을 풀어낼 새도 없이 당장 나는 하수처리장으로 출근해야 했다. 이토록 배신감을 느낄 수 없었다. 회사에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사람들의 말에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승승장구할 거라 여겼던 장면이 스쳐 갔다. 아무것도 내 손으로 바꿀 수 없다. 나는 그저 하라면 하고 가라면 가는 직장인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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