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희 Oct 09. 2022

삶이 고달픔 후배들에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나는 강산이 세 번 변하는 기간 동안 공직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막 공직에 들어와서 어리바리했던 것이 어제일 같은데

이제는 까막 득한 후배들에게 깍듯한 선배 대접을 받는 연배가 되어버렸다.     

뭐 다그런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오는 신규직원들은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공부를 많이들 해서 그런지

정보화시대 디지털 사용에 해박해서인지 업무능력에서는

오히려 선배들이 배워야 할 정도로 일을 잘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30년 전 내가 겪었던 상황과

대동소이했다.     

신규직원 A는 전 직장에서도 4년을 근무했고 워낙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업무를 처리선배들을 대하는 태도가 워낙 반듯해서

매년 눈길을 두게 되는 직원이었고 기회가 되면 같이 근무도 해보고 싶은 직원이었다.     

그런 A가 볼 때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까지 쉬면서 다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조용히 불러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담당 팀장이 퇴근할 때 종종 자신의 모임 장소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서

팀장을 데려다주고는 다시 사무실로 와서 남은일은 하고는 하는데

일도 많은데 팀장 뒤치다꺼리도 힘들고 남자 팀장을 여자인 자신이 데려다주고 오는데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신규직원인 B는 내가 팀장으로 있을 때 처음 신규발령받아 나와 함께 일하면서

일도 가리키고 했던 직원이라서 유난히 마음이 가는 직원이었다.     

B는 담당 팀장이 B에게 배당된 책을(회사에서 직원 복지로 직원 1명당 책 6권을 사줌) 1권 달라고 했고

또 담당 팀장이 걸어서 출근하는데 팀장의 가방을 회사까지 가져다 달라고 한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아무리 직속상관이지만

부당하고 경우가 아닌 일을 강요할 때는 아니오라고 이야기해도 된다고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직원들은 그렇게 하기가 본인들의 입장에서는 힘들다고 정색을 한다.     

30년 전 막 동사무소로 배치를 받아 꿈에 부푼 직장생활이 시작될 것으로 생각했던

내게도 복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분은

어느 날 나를 부르더니

김양 담배 좀 사 오지” 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르고 있고 있던 사이 내손에는 그분이 주신 돈이 손에 들어 있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사다 준 것이 어찌나 분하던지     

지금 후배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그때의 내상황과 다를 바 없다.

내가 겪어봐서 그 심정 충분히 알고 있고

나중에 두고두고 그때 한마디 했어야 했는데 후회하지 말고

그렇다고 한바탕 해서 싸우라는 것은 아니야

후배들아 말하기 힘든 것은 아는데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너희들에게 하기 싫은 일이라는 것은 꼭 알려줘

나도 그때 상황에서 제일 후회가 되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이 하기는 했지만

나 이거 엄청 하기 싫은 일이라는 것을  상대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야.

알았지 후배들~~~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공무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