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랑 너무 비슷하잖아?
치기 어리게 별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몽골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항공권이 너무 싸다며 이야기를 하다가
10월 출발하는 표를 1월 초에 예매했으니, 장장 9개월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 사이에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어
6월 말쯤 되었을까 무료 취소 기간을 조금 남겨두고
너무 잦은 출장과 타지 생활에 지쳐서 이제는 좀 여행을 그만 가고 싶다는 생각에 속으로 수백 번 취소를 할까 말까 고민했다.
떠나는 당일까지 쏟아지는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새벽 2시에 퇴근하는 나에게 고행이 예상되는 몽골 여행은 쉬러 가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오지탐험에 가까운 피하고 싶은 일정이었다.
유튜브로 몽골 여행에 대한 후기를 너무 많이 본 부작용인 듯싶다.
어느덧 일로서 비행기를 너무 많이 타다 보니 더 이상 공항은 설레는 곳이 아니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귀찮은 행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슬퍼졌다.
극단적 회의감에 빠져 사는 무색무취의 회색인간이 된 느낌이다.
한숨도 못 잔 탓일까...? 보딩 후, 몽골행 비행기에서 안대를 끼자마자 울란바토르에 도착해 있었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패딩을 꺼내 입고 공항에서부터 시내까지 이동하면서 보이는 광활한 풍경에 우와를 외치며 울란바토르의 어마무시한 교통체증을 체감했다.
나의 회색 눈으로 바라봐서 그런지 버스, 신호등, 건물, 사람들의 옷차림, 생김새까지 한국과 비슷한 나머지 한국의 날 것 그대로의 겨울을 조금 더 일찍 맞이했을 뿐 아쉽게도 울란바토르에서 느끼는 새로운 것은 없었다.
거리를 걸으며 든 생각은 몽골사람들은 정말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과 한국사람들처럼 옷을 입는다는 점. 그리고 숙소가 생각보다 아늑하고 따뜻해서 행복해졌다는 점이다.
10월의 몽골은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거리를 채운 채 이른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있었다.
추위가 일찍 오니 10월 초에 크리스마스인데도 이질감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요즘에는 여행에서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보는 것보다 사람과의 경험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느끼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할지 모르더라도 울란바토르 여행 중에 겪은 흥미로운 일이 몇 가지 있다.
의외로 울란바토르에 티베트 불교나 문화가 전파되어 있다는 점이었고,
몽골 사람들은 나와 내 친구가 말을 하고 있지 않으면 몽골사람으로 착각하여 길을 물어보든지, 택시를 나눠타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아, 그리고 불교사원이 있어서 방문하니 귀엽다고 쓰다듬던 절고양이가 비둘기를 사냥해서 먹는 모습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 적도 있다.
+
몽골 커피는 맛이 없다. 인도에서 자주 먹던 기(Ghee)를 넣어서 커피를 팔길래 친구가 먹어봤는데 이게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친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마도 내 인도 친구들한테 말해주면 기를 왜 커피에 넣어 먹냐며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거 같다.
+
몽골 울란바토르에는 NGO에서 운영하는 핸드메이드 퀼팅샵이 있었다. 울란바토르에서 고비사막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에 급히 방문했는데, 왜 오늘 방문했지 싶을 정도로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귀여운 물건들이 많았다. 가게에 방문하니까 NGO 설립자 분이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 설립자 분과 담소를 나누던 경험이 울란바토르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었던 거 같다.
아무래도 나는 관광지 방문보다 현지분들과 소소하게 이야기하면서 한 곳에 오래 머무는 형태의 여행을 선호하는 듯싶다. 그나저나 그분이 GOBI는 너무 overpriced 됐다면서 추천해 주신 Made in Mongolia샵에 갔는데 눈이 돌아가는 양모 양말들이 너무 많아서 투어일행들을 만나러 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30분 만에 후다닥 돌아본 게 너무 아쉬웠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