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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Mar 22. 2021

불안과 함께하는 삶

질병불안장애에 대하여

나는 병원도 무서워한다. 이건 어느 하루 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그런 공포가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상담심리학 공부를 하다가 “신체증상 및 관련장애”라는 파트를 보며 나는 나를 떠올렸다. 아래 내용은 개인적으로 이해해보려고 정리한 내용이다.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은 DSM-5 진단기준을 참고하세요.>


신체증상 및 관련장애

(Somatic Symptom and Related Disorders)

DSM-5

1. 신체증상장애 (Somatic Symptom Disorder) : 실제로 신체가 아픈 느낌. 과도한 불안, 걱정 동반

2. 질병불안장애 (Illness Anxiety Disorder) : 신체증상 없으나 내가 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병원을 여기저기 다님 (과다한 건강행동) 혹은 병원을 무서워함 (비적응적 회피행동)

3. 전환장애 (Conversion Disorder) : 주로 신경학적 손상을 시사하는 한 가지 이상의 신체적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로 기능성 신경증상장애로 불리기도 함

4. 허위성(가장성, 인위성) 장애(Factitious Disorder) : 신체적, 심리적 증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거나 위장하는 경우. 꾀병과 다른 점은 꾀병은 다른 목적이 있는데 허위성 장애는 환자 역할을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음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을 몇 가지 적어본다.


더 어릴 적, 내가 사촌들과 놀다가 의자에 오른팔이 끼어서 팔이 부러졌을 때, 엄마, 아빠한테 따로 말을 하지 않았다. 병원을 갈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혼날 것 같거나, 아니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다른 친척이 쟤 팔 이상하다고 해서 엄마가 병원을 데리고 갔고, 팔이 부러진 것으로 판명 나서 몇 달간 석고 깁스를 온 몸통에 하고 살았다. 엄마는 그 이후로 조금만 아파도 무조건 말하라고 했던 것 같고, 그 이후로 조금만 아파도 말하는 바람에 병원을 많이 다녔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추정되는데, 목구멍으로 뭔가를 넘기는 것이 불편하고 예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과학 만화책을 봤는데 잘못 먹어서 기도로 음식이 넘어가서 켁켁대는 그런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기도로 음식이 넘어가면 죽는 거구나, 그런데 기도와 식도는 내가 구분해서 음식을 넣는 게 아닌데 어떡하지? 약간 질식할 것 같은 공포가 있어서 음식을 잘 못 삼켰다. 기도로 음식물이 넘어갈까 봐 무섭다고 했더니 엄마는 그냥 삼키면 음식이 자연히 알아서 식도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성의 없는 답변 같은데 그 이후로는 잘 삼키고 살고 있다. 정말 알아서 넘어가는 것인가? ​


그리고, 눈 때문에 안과를 정말 여러 개 전전한 적도 있고, 병원에서 미주신경성 실신을 한 적도 있다.


이외에도 더 있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나는 신체 증상에 예민하고 겁이 많은 사람인 것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이런 불안 정도를 줄이려면 어떤 치료방법이 있는지 찾아봤다. 의사의 지원, 항우울제 또는 인지요법이란다.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나에게 이 불안이 스트레스가 된다면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인지요법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랬다.


내가 이렇게 불안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럴 수 있지라고 인정하고, 결국은 괜찮더라는 것을, 결론은 아무 일도 없더라는 것을 수차례 확인하게 되면서 나의 신체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실제 부러졌던 팔도 잘 붙었고, 안과의 경우 난치성 질병으로 판명되어서 사는데 약간 불편함은 있지만, 그래도 큰 문제는 없었다. 음식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식도로 알아서 잘 넘어가고 3-4개의 영양제도 한번에 잘 잘 삼킨다. 남편이 몇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했는데, 림프절 전이 이야기를 들으며 이보다 더 안좋을 수 있을까 수없이 절망했지만 결국 지금은 수술을 하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결론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신체에 귀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과하면 스트레스가 된다.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마법처럼 신체에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머릿속을 지배하기도 한다. 내 마음과 내 몸을 굳건히 믿어주다 보면 언젠가 조금 편안해질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을 모든 것의 1순위로.


출처 : MSD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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