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FILSON 이야기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낚시 가던 아빠가 내 옷장을 뒤지게 하는 FILSON
오늘 소개할 브랜드는 한국에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흔히 말하는 ‘작업복’이 ‘워크웨어 스타일’로 인정받기까지. 금을 캐는 광부, 캐나다 개척자, 미국의 벌목꾼 그리고 건설 인부를 거쳐 일반인에게도 사랑받는 패션브랜드 필슨의 여정을 들려드리죠.
필슨의 시작은 설립자 클린턴 C. 필슨이에요. 1890년에 시애틀로 이주해 벌목꾼을 위한 옷가게 ‘필슨’을 시작해요. 마침 캐나다 북서쪽 끝과 알래스카 경계선을 흐르는 유콘 강가에 위치한 클론 다이크로 골드러시가 일어나죠. 모든 이들이 금광을 찾아 일확천금을 꿈꾸며 (저도 일확천금을 환 장합니다 ^^) 클론다이크로 향합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아요. 클론다이크는 높은 산으로 가로막혀 있어 육로로 산을 넘어가거나 그 외 해로를 선택해도 캐나다로 넘어가는 길목인 북서쪽 국경선 바로 아래 위치한 시애틀을 거쳐가야 했죠. 어렵게 클론다이크에 도착한다 해도 무더운 여름과 혹독한 추위가 기다 리고 있어 사람들은 시애틀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의 전초지처럼 여겨요. 시애틀에서 캠핑용품과 옷을 판매하던 필슨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거죠. 사람들은 혹독한 추위를 견딜 보온성, 물에 쉽게 젖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내구성이 좋은 옷을 찾아요. 인근 지역에 공장까지 가지 고 있던 필슨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즉각 상품화를 진행했어요.
매키노 울은 울을 압착 해서 만든 섬유로 부피 대비 높은 보온성과 물에 강하고 튼튼한 재킷과 베스트를 만 들어요. 이때부터 매키노 울 재킷은 필슨의 대표상품이 되었죠. 골드러시가 끝난 이후에도 튼튼한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의 수요는 늘어났어요. 필슨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워크웨어 전문브랜드로 확립해요. 필슨 크루저 재킷은 평범한 워크 웨어 셔츠처럼 생겼지만 주머니가 무려 9개나 있어 곳곳에 각종 기기나 도구를 보관하기 좋았죠. 매키노 울과 왁스 드 캔버스를 함께 사용해 방수는 물론 두툼하기까지 하니 거친 환경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나 벌목 꾼, 사냥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점점 브랜드 규모가 커져가며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워크 웨어 브랜드로 자리 잡아요. 그 외 기능적인 가방과 부츠 등 워크웨어 상품을 중심으로 일상생활과 업무 모두 유용하게 쓸 수 있어 필슨은 일반인도 찾는 브랜드로 진화해요. 패션으로써 일반인에게 사랑받은 건 비교적 최근부터랍니다.
1960년대부터 일본 테이크 아이비잡지의 아이비 룩을 시작으로 아메리칸 헤리 티지 캐주얼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워크웨어는 더 이상 단순히 일을 할 때만 필요한 기능적인 의류가 아니라 패션에 일부분으로 자리를 잡게 된 거죠. 특히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미국의 기존 워크웨어 브랜드 옷은 아시아인의 체형에는 잘 맞지 않았답니다. 이때 많은 미국 브랜 드와 함께 필슨은 미국 현지에서의 슬림한 핏의 의류들이 유행과 아시아권의 수요에 따라 기존 디자인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어요. 필슨의 전통적인 원형을 유지한 채로 모던 디자인을 적용해 핏을 수정해요. 비교적 슬림한 ‘시애틀 핏’과 클래식 라인 ‘알래스카 핏’으 두 가지 라인을 출시하며 지금의 브랜드 필슨이 완성되었죠. 패션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으며 필슨은 실험을 거듭해요. 다양한 체형을 고려한 슬림한 시애틀 핏은 사이클, 하이킹 등 현대의 아웃도어 활동에 더 적합하게 바뀌어요. 몸에 더 착 달라붙게 말 이죠. 패션으로서 단순히 디자인만 신경 쓴 것이 아닌 광부, 사냥꾼, 건설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기능성 의류의 면모를 갖추고 연구한 결과라 할 수 있죠.
이렇게 필슨은 패션의 일부로 일반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브랜드의 시작인 활용성, 기능성, 안전성, 내구성 등 세심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브랜드가 되었어요. 오래 입을 수 있고, 보온성 뛰 어나고, 방수까지 다 되는 필슨! 아버지가 낚시에 가는 날이면 제 옷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요마카세] 일요일 : 일단 사볼까?
작가 : 인정
소개 : 옷 파는 일로 돈 벌어서 옷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