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로비에서 만난 위대한 개츠비

by muchlluv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 만다 하니 갑자기 돈을 펑펑 쓰는 파티 장면으로 옛 미국 황금만능주의 시대를 느끼고 싶어 오랜만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틀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형제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종종 1920년대 미국 재즈시대, 혹은 80년대 일본 버블경제 감성의 무언가를 찾게 된다. 겪어보지 못한 시절이기에 적어도 현재보다는 환상의 베일에 싸여 아름답게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다음날 점심을 먹은 후 회사 건물 1층에 있는 작은 서점에 우연히 들렀는데,

입구에서 <위대한 개츠비 손글씨본 완성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정성을 다해 썼다’는 교집합을 가진 개성 있는 글씨체들이 빼곡히 채운 노트를 보니

나만큼 이 책 혹은 이런 이벤트에 마음이 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어디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미지의 동료들,



그다음 주에 서점에 다시 방문했는데, 필사 릴레이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단을 달리고 있었다.



내 차례는 사실 마지막 문장 하나 앞 문장이었지만,

그 표적들을 향해 쏘아 올린 화살들이
모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제대로 꽂힌 것이 바로 문학이다


라는 구절을 너무 쓰고 싶어서 한 사람을 위한 공백을 비워두고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곳에서

오히려 선명한 발자국을 남길 때가 있지 않는가


인생이라는 게임의 플레이어란 바다에 내던져진 서핑보드 위의 궁수와 같을지도 모른다.

파도의 방향을 따라 가나, 거부할 수 없는 물살의 흐름 위일지라도 살다 보면 반드시 화살을 쏘아야 하는 순간이 오니 말이다.


매번 결정적이고 매번 마지막일 것만 같은 그 화살이 의도한 곳에 명중할 때도 엉뚱한 곳에 명중할 때도,

그래서 기쁠 때도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제는 난데없는 곳에 명중한 화살도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어긋난 한 발이었다면 선명하게 굳기 전 먼저 다시 흘려보낼 줄도 아는 유연하고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싶다.


문학도 인간이 쓰는 것이기에 인생도 가능한 영역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쓰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