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7년 이상 정부에서 기록관리 분야에 종사하면서 정부 정보 관리의 변혁적 여정을 최전선에서 지켜보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지식을 처리하고 보존하는 방식에 혁명을 가져오고 있으며, 이는 현대 거버넌스에 대한 도전임과 동시에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정보 관리 역사는 국가 발전상을 반영하듯 전통적인 기록 관리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정교한 디지털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광범위한 변화를 반영한다. 대한민국은 역사 초기 조선왕조 500년 동안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선조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찬란한 기록관리 문화를 꽃피워 왔으나, 근현대사의 부침을 겪으며 기록을 기피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이러한 역사적 아픔을 비롯한 정치적 경제적 발전상은 정부 행정관리 시스템에도 극명하게 반영되어 왔다.
한국의 정보관리 발전의 주요 이정표에 따른 간략한 개요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한국의 초기 정보관리는 전 세계 대부분의 역사에서 확인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종이 기반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역사의 기록은 정부 서기관에 의해 기록되고 보존되었으며, 손으로 편집한 문서로 주로 작성되었다. 조선시대(1392~1897년)에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으로 편찬되어 정치적, 사회적 문화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한국의 오랜 기록관리 전통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료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기록은 국가의 중요한 행정 활동을 주로 보존하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전문이 정부 기록 보관소에 저장, 보존되었다. 정보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제한되었고, 소수의 관리자에게만 허락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에 돌입한 한국은 국가재건과 동시에 급속히 현대화와 산업화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는 보다 효율적인 국가 정보 관리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정부는 특히 외교 및 공공 행정 분야에서 문서를 저장하기 위해 수동 파일링시스템과 마이크로필름에 의존하였다. 이는 데이터의 양이 급속히 증가하는 시기였으며, 정보의 처리가 까다로워지고 복잡해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서는 정부 운영시스템 현대화 사업으로 초기에 워드 프로세싱 및 데이터 입력과 같은 기본 작업을 개별 사무실에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하였다. 또한 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정부는 민감한 정보를 정리, 보존하기 위한 초기 전자 문서 관리 시스템을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은 한국 정부 정보관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종이 기반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인식한 정부는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공공기록물의 관리에 관한 법률’(2001)이 제정되어 디지털 아카이브를 포함한 공공기록물의 생성, 이용, 보존에 관한 기준을 정하였다. 이 법안은 정부 기록의 디지털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고, 공공 정보의 신뢰성과 접근성을 보장한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정부기록보존소(현 국가기록원)에서는 종이 기반의 기록을 디지털 형식으로 전환하는 대규모 디지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정부 통합 데이터 교환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하여, 다양한 부처 및 기관 간에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대통령 정부의 한국은 전자 정부에 중점을 두고 디지털 거버넌스를 수용했다. 디지털을 통해 정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사업이 구상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내부 정부 프로세스를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 온나라 비즈니스 프로세스 시스템(BPS, On-Nara Business Process System)과 같은 주요한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부 데이터 및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촉진하는 정부 2.0 프로젝트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더불어 국가 정보 네트워크의 도입으로 다양한 정부 기관 간의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졌으며, 여러 부처 및 지방 정부 전반에 걸쳐 원활한 정보의 흐름을 지원하게 된다.
또한, 정부통합데이터센터(GIDC, Government integrated Data Center)를 구축하여 중요한 정부 데이터의 중앙 집중화를 보장하여 정부 정보의 관리 및 보안을 간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정보 관리 역사상 가장 최근 단계에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AI 기반 분석의 도입이 포함된다. 2010년대에 정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공공 서비스와 정책 의사결정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레임워크인 정부 3.0을 시작했다. 이제 AI는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여 경제 예측부터 공중 보건 관리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제공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이제 디지털 아카이브는 정부의 정보 관리 전략에 완전히 통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국가기록원은 역사적 기록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현대의 디지털 정부 기록을 관리하여 미래 세대가 한국 행정사항에 대한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 데이터 제공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과 같은 새로운 법률과 지침에서는 정부 데이터 공개를 장려하여 공공기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일반인부터 기업까지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정보관리 여정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급속한 현대화의 과정을 거쳐왔다. 종이 기록 보관소부터 첨단 AI 기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정보 환경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에 지속적으로 적응해 오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발전은 거버넌스에서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공 행정 분야의 기술 혁신에 대한 국가의 지속적인 노력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기록 및 정보관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현재 변화상을 진단하여 혁신 기술이 정부 행정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과 동시에 마련되어야 하는 관련 법령, 규율, 제재 등에 대한 고민들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보안을 중시하는 국가 정부에서의 정보관리라는 것은 발전하는 기술력에 대한 충분한 분석적 판단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기술 활용에 대한 적극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 무엇일까. 이 것을 누가 고민해야 할 것인가. 생각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