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파랑 Mar 19. 2023

발리에서 해양보호 봉사활동

내 생애 가장 특별한 연중휴가


 직장생활의 기쁨 중의 하나는 연중휴가이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휴가지를 물색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외를 다녀오려고 하거니와 10년 넘게 매해 한 두 번 다녀오다 보니 꽤 많은 곳을 돌아보았다. 내 나름의 컨셉과 목적을 가지고 열흘 정도의 기간으로 가보고 싶은 곳은 얼추 돌아본 듯하다. 그래서 2019년의 휴가지를 정하는 일은 꽤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우연히 한국갭이어라는 업체를 발견했고 ‘갭이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일주일 정도만 참가해도 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많은 프로그램 중에 인도네시아 발리의 조그마한 어촌마을에서 해양보호 봉사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 제일 눈에 들어왔다. 단기간이다 보니 커리어 관련 프로그램보다는 경험이나 봉사 중심의 활동이 나아 보였고 마침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소지자는 바로 현장에 투입하여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환경보호, 제로웨이스트 등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일 년 남짓 실천 중이라 이래저래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그동안의 휴가와는 다른 스타일이라 준비하는데 걱정이 많았지만 업체에서 자료도 많이 보내주시고 중간중간 소통도 많이 해주셔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다만, 현지에서의 전체적인 일정에 대한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는 점과 영어에 대한 부담감은 좀처럼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명색이 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인데 다이빙을 안 한 지 4년이 넘어 혹시나 폐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다이빙 리뷰교육도 받고 유튜브로 복습도 하며 출발일을 기다렸다.


 발리까지 7시간 비행, 다시 차를 타고 4시간쯤 발리 북부로 이동해서 만난 작은 어촌마을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하늘 향해 높이 솟은 야자나무들이 질서 없이 동네 곳곳에서 자라나고 전혀 상업시설처럼 보이지 않는 간판도 없는 소박한 가게들과 더위에 지쳐 여기저기 널브러진 강아지들, 그리고 바닷바람 맞으며 뛰노는 닭들이라니, 몹시 신선하다. 과연 이곳에서의 일주일 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그리고 하나 더, 웰컴 드링크에 꽂힌 빨대가 무려 대나무빨대이다. 예상하지 못한 아이템의 등장으로 놀람 섞인 감탄과 함께 내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이곳에서의 일주일이 지난 내 삶의 그 어떤 날들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임을 암시해 주는 듯하다. 사실 몇 달 전 프로그램 신청 후 받은 준비물 목록에 개인텀블러가 들어 있을 때부터 뭔가 제대로(?)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대나무빨대를 보고 나니 설렘과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마지막날에서야 레스토랑 대표님과 대화하다 알게 되었지만 대나무빨대 관리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레스토랑과 숙박시설의 운영 방침과 취지에 맞춰 대나무빨대를 사용한다고 한다. 


 내가 환경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재활용쓰레기들을 더이상 중국으로 수출할 수 없게 된 2018년이다. 수출하지 못한 쓰레기들을 국내에서 내부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뉴스화되어 퍼졌다. 플라스틱용품들을 대체하는 제품들이 개발되어 상품화되는 속도와 양이 어마어마해졌다. 나 역시 대세를 따라 생수 사먹기를 중단하고 대나무 칫솔, 천연수세미, 설거지바, 실리콘빨대, 천연행주, 천연세제 등등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중이다. 그러는 중에 이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된 것이고. 

작가의 이전글 바닷속 생명체들에 마음을 뺏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