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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수진 Aug 04. 2022

메가 컬렉터의 사적인 전시 1

피노 컬렉션 in 베네치아

예술에서 예술을 만드는 예술가만큼이나 빠질 수 없는 존재가 있다. 후원자 혹은 컬렉터.

수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주체인 예술과 함께 미술사를 써 내려갈 사람들.


그중에서 프랑수아 피노 François Pinault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메가 컬렉터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에 두 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이 건물들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의해 리모델링되었으며 그곳에서 지금 전시가 한창이다. 그러고 보니 피노 컬렉션의 건물들은 (파리, 베네치아) 모두 안도 다다오의 손길을 거쳐 왔다.

2006년 그리고 2009년 베네치아의 팔라초 그라시 Palazzo Grassi 푼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에서 피노 컬렉션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파리에서, 아니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전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 파리의 Bourse de Commerce 피노 컬렉션만큼이나 베네치아의 피노 컬렉션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이탈리아에 있다.

이탈리아는 르네상스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고 그 이전에 로마 시대의 미술, 더불어 가톨릭의 상징인 교황청으로부터 수많은 예술품들이 남겨져 미술사 안에서 전방위적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고전 예술의 뿌리만으로 남지 않고 베네치아 비엔날레로 인하여 거대한 현대미술의 맥도 함께하고 있는데 바로 그 자리에 지금 가장 주목받는 컬렉터인 피노 회장의 컬렉션이 베네치아에 그것도 두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


현재 브루스 나우먼과 마를렌 뒤마의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리고 있고 하나의 티켓으로(15유로) 두 전시 모두 방문 가능하다.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의 전시 "Contrapposto Studies", 2021년 5월 31일부터 2022년 11월 27일까지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마를렌 뒤마 Marlene Dumas의 전시 "open-end", 2022년 3월 27일부터 2023년 1월 8일까지 팔라초 그라시에서


핫한 컬렉션뿐만 아니라 예술을 대하는 무드 또한 흥미롭다.

그사세로 느껴지기 쉬운 전문가적 시선만이 담긴 현대미술이 아닌 본인들로 하여금 대중들이 예술을 이해하게끔 쉽고 편안하게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작품들이 아닌 주인의 애정을 듬뿍 받아 많은 이들에게 정성스레 소개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대미술은 해석이 가능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듯 그러기 위해선 예술 작품과 관람객의 중간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를 브루스 나우먼의 전시에 입장하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한편에 마련된 도록들이 세 가지 언어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로 준비되어 있었으며 방의 순서대로 한 작품도 빠짐없이 설명이 되어 있었다. 브루스 나우만이 어떤 아티스트인지 그의 역사가 작품과 함께 녹아져 있는 이 무료 도록을 보며 물론 표를 구매해서 입장했다지만 이것을 파는 게 아니고 무료로 배포한다는 것에 감동했다.

그저 작품의 설명만을 담은 것이 아닌 전시의 의미를 바로 세우는 설명들이 함께 있어 자칫 행위 예술에 가까운 나우먼의 작품들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브루스 나우먼은 1941년 생이자 미국 태생 작가이다. 주로 개념 미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하나의 양식으로 그를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다양한 기법과 소재들을 사용했기에 어느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예술가이다.

(모든 작품을 소개할 수 없어 간략히 소개합니다)

contrapposto studies, I through VII, 2015/16

콘트라포스토 Contrapposto : 이태리어로 대조적인, 대비의 뜻을 가진 단어로 미술에서는 인체를 표현할 때 필요한 대칭의 조화를 위해 인체의 한 발에 무게 중심을 둠으로써 생겨나는 인체의 곡선을 나타내는 구도를 일컫는 말로 고대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바로크까지 이어지는 미술 구도를 뜻한다.


나우먼에게 예술이란 생산물이기보다 예술가가 있는 그 자리 그리고 움직임이 곧 예술이다.

그는 콘트라포스토를 본인의 방식으로 몸을 재료로 이용해 현대적인 매체와 함께 재해석하였고 그것을 소리와 결합하여 관람객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작품에 압도당하여 작품에 참여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비디오 아트지만 비디오를 찍지 않아 사진으로만 리뷰를 해야 하는 점이 아쉽지만 나우먼의 콘트라포스토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변화 없는 영속적인 속성들 예를 들어 시간, 장소, 언어 등과 같은 것은 오히려 불안정한 것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회화와 조각에서 대상의 조화를 위해 사용된 콘트라포스토에 자신의 몸을 투영해 고전에서의 '조화'를 찾아가며 걷는 아티스트의 몸과 화면에 의도적으로 배치해 대비되는 신체 부위들로 하여금 우리는 현시대의 콘트라포스토를 만난다.

영원함을 담은 고전의 의도된 아름다움(고전의 콘트라포스토)에서 탈피해 시간의 순리에 따라 늙어간 인체의 대비는 영원함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콘트라포스토는 비교적 최근인 2000년대의 작품이지만 그는 이미 1960년대부터 그의 몸을 재료로 사용하였다. 주저 없이 돈이 없어 본인의 몸을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그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비디오카메라와 본인의 육체를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의 퍼포먼스에는 공간과 인간의 육체만이 존재하고 그 둘 사이에서 만들어내는 소리와 에너지가 곧 작품이 된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부조리한 순간에 몸을 던져 보겠는가.

관람객 혹은 퍼포머들은 목적과 이유가 없는 찰나의 순간에 선뜻 몸을 던지고 그로 인해 곧바로 자기 자신의 정신 상태에, 그러니까 외부 환경보다는 내재적이고 개인적인 환경에 집중하게 된다. 전시에서 만난 작품들은 표면적인 요소들(신체, 소리, 공간 등)에서 시작해 곧바로 정신적 환경으로 들어가 개인이 성찰을 하게끔 하는 환경을 제시한다. 가령 소음을 차단하는 방에 관람객을 마주하게 한다거나 공허할 정도로 큰 공간에 거대한 스크린을 설치에 소리와 이미지에 압도되게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이성을 붙잡고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나우먼은 대조적이고 부조리, 불합리한 상황들을 직접 체험케 하며 모든 것은 영원한 것 없이 흘러가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For beginners (all the combinations of thumb and fingers), 2010 그리고 푼타 델라 도가나

-마를렌 뒤마의 전시 리뷰는 2탄에서-

https://brunch.co.kr/@1be5d3bf285a47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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