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원시 시대부터 생존과 번식을 위해 능력 있는 존재로 인정받길 원했을 텐데요. 이는 지금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입니다. 유능함에 대한 갈증은 혁신적인 기술의 도움으로 충족시켜 주기도 하는데요. AI 기술의 발전은 사용자 혼자만의 능력으로 할 수 없던 일을 실현시켜 줍니다.
증강(Augmentation)은 AI와 같은 혁신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능력을 확장시켜주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증강을 통해 사용자는 이전에 잘하지 못하던 일이나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AI는 유능한 협력자로서 사용자에게 초능력을 부여해 그들의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데요. 아이언맨은 AI인 자비스의 도움을 받아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어벤저스 중에서도 압도적인 능력치를 보여줍니다.
아이언맨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자비스 (출처. 영화 아이언맨)
증강은 사용자의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과 인지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신체 능력의 강화는 웨어러블과 같은 하드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것에 반해, 인지 능력의 강화는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비전 인식 등과 같은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능력을 확장시킨다는 기술적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언맨 슈트가 주인공 토니의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면, AI인 자비스는 토니의 인지 능력을 강화시킵니다.
특히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인지 능력을 강화시키는 기술을 증강 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라고도 하는데요. 증강 지능은 사용자의 시·청각 정보의 인식 지원, 효과적인 의사 결정 지원, 창의력 향상과 같은 인지 능력을 보완하고 향상시켜 주는 데에 활용됩니다. 특히 AI의 탁월한 데이터 처리와 계산 능력을 사용자의 판단 능력에 결합시키면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업무 환경에서의 효율을 극대화해 줄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암 진단 시 병리학자가 혼자 암을 진단하는 것에 비해, AI와 협업하면 진단 오류율을 85%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Wang et al., 2016).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전략을 제안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만들어 주는 것과 같이 사용자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에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증강 UX는 사용자의 인지적 한계로 인해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전문가나 숙련자만 수행할 수 있었던 어려운 일을 쉽게 만들어 개인 역량의 격차를 줄여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증강 UX를 사용자 관점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사용자가 인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어려워하는 일들에 대해 적합한 AI 기술을 적용하여 사용자의 유능함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 주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 사용자를 더 유능하게 만들어 주는 증강 UX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다양한 디자인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더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증강 UX
지금과 같은 무한 경쟁 사회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이전보다 더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업글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한국 사회의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는데요. 업글 인간은 생활 전반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가려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들은 지적 성장을 위한 소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니는데요. 이에 따라 사용자의 성취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한 경험을 제품과 서비스에서 지원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사용자에게 스마트한 경험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으로 소통 능력을 들 수 있는데요. 글로벌화 진행되면서 다양한 언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면 더 많은 정보와 기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외국어에 능통해 지기까지 에는 많은 시간의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만약 AI가 외국어 번역에 도움을 준다면 다른 언어로 작성된 자료를 학습이나 업무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웹 페이지 AI 번역기인데요. 외국어로 작성된 웹페이지에서 원하는 언어로 변경하면,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사용자도 웹을 탐색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내용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Google Chrome 웹 페이지 번역 기능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통역가가 없어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외국인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그림은 스마트폰에 적용된 실시간 AI 통역 기능인데요. 다른 언어권의 사람과 전화 통화나 텍스트 메시지를 할 때 실시간 통역 기능을 활성화하면,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대화 내용이 통역되어 언어권이 다른 두 사용자 간에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갤럭시 S24 실시간 AI 통역 기능 (이미지 출처. news.samsung.com)
AI 기술의 발전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학업 영역에서도 학생들이 더 스마트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래의 그림은 비전 인식 기반의 AI 렌즈 앱인데요. 책이나 프린트물을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생겨 AI 렌즈 앱으로 캡쳐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이 과제 옵션에는 핵심 개념이나 잠재적인 답변 등을 제공합니다. 학생들은 과외 선생님 없이 AI의 도움으로 다양하게 탐색하면서 학습하며 과제를 마칠 수 있어 높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Google Lens의 과제 기능
직장인에게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자료로 만드는 일은 중요한 업무 역량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업무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툴로 엑셀과 파워포인트를 들 수 있는데요. 이러한 툴을 능숙하게 활용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업무용 툴 안에서 생성형 AI가 간단한 채팅만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함수나 수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아래 그림과 같이 채팅창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도록 발표 자료를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완성된 슬라이드에서 문구를 검토를 검토하거나 이미지 변경해 주는 일을 AI가 도와줘 보다 완성도 높은 발표 자료로 거듭나게 해줍니다. 이제는 업무용 툴 초보자도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 분석과 발표 자료 장인이 될 수 있게 해 줍니다.
파워포인트 내에서 채팅으로 자료 작성 및 수정해 주는 코파일럿(Copilot) (이미지 출처. Microsoft)
2. 더 잘 보이고 들리게 만들어 주는 증강 UX
사용자는 감각 기관인 눈과 귀를 통해 외부 세상의 정보를 인식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감각 기관은 완벽하지 않은데요. 만약 감각 기관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정보를 인식할 수 없게 됩니다. 특히 사용 환경의 제약이 발생한다면 사용자는 정보를 인지하기 더욱 어려워지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강렬한 햇빛으로 화면에 눈부심이 발생하거나, 소음이 심해지면 원하는 정보를 인식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므로 서비스 사용 환경에서 사용자의 정보 인식 특성과 한계를 이해하여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용자가 볼 수 있는 시야의 범위는 한정적입니다. 시야각은 양안을 기준으로 수평 약 180도, 수직은 약 120도 정도인데요. 만약 이 범위를 벗어나면 사물을 인식할 수 없습니다. 특히 주행 환경에서는 운전자의 시야 확보는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입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은 AI와 센서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시각 능력을 증강해 주는데요. 대표적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BSD(Blind Spot Detection) 기능은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로 보기 힘든 사각지대에서 나타나는 차들을 감지해 사이드 미러에 정보를 표시해 줍니다. 만약 운전자가 이 표시 장치를 확인하지 못하고 차선 변경을 하면 경고음을 함께 제공해 위험을 알려주는데요. 이렇듯 BSD 기능은 사용자의 시각 능력의 한계를 보완하여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방지해 줍니다.
BSD(Blind spot detection) 기능 (이미지 출처. mycardoeswhat.org)
소음은 사용자의 불쾌감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청취해야 할 소리를 듣지 못하게 만듭니다. 무선 이어폰은 조용한 사적 공간 뿐만 아니라, 공중 장소와 같은 배경 소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도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요. 아래 그림과 같이 무선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주변 소음을 차단해 대중교통이나 시끄러운 번화가에서도 오롯이 음악에 집중하도록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음악을 듣는 상황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눠야 할 경우, 대화 인지 기능이 자동으로 활성화되게 되는데요. 재생 중인 미디어의 음량은 낮추고 배경 소음은 줄여줘,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더욱 또렷하게 전해줍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소음과 대화를 인지해 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사용자가 듣고 싶은 것을 더 잘 들리게 도와줍니다.
에어팟 노이즈 캔슬링 기능 (이미지 출처. Apple)
일부 사용자는 시력이나 청력의 장애로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는데요. 따뜻한 AI 기술로 개인 역량의 격차를 줄여 줌으로써 사용자가 원하는 일상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 그림의 지능형 카메라 앱은 저시력자와 시각 장애인을 돕는 AI 도구로, 휴대폰의 카메라을 들고 주변 환경을 비추면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데요. 제품이나 문서의 글자를 인식해 음성으로 읽어주며, 주변 사람의 얼굴을 등록하면 누구이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음성으로 알려줍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비전 인식 기술은 사용자의 저하된 시각 능력을 확장시켜 일상 생활의 제약을 줄여줍니다.
Seeing AI 앱 (출처. Microsoft)
3.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증강 UX
창의적이라는 말은 기발하고 특출난 일부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말처럼 느껴집니다. 창의성(Creativity)은 전혀 새로운 개념을 발견하거나, 기존에 있던 개념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내는 특성을 의미하는데요. 최근 생성형 AI의 도움으로 전문가의 영역처럼 느껴졌던 창작 활동에 대한 허들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서로 관련 없는 개념들을 연결하여 그로부터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 사용자의 확산적 사고를 촉진해 창의성을 올려줍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인 ChatGPT는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창의력이 요구되는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 줍니다. 소설이나 시와 같은 창작 작품 뿐만 아니라, 카피라이팅, 제품 및 서비스 컨셉 등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는데요. 사용자는 ChatGPT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추가적인 요청을 함으로써 더 나은 창의적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가는 협업 관계를 가집니다. ChatGPT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답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는 영감으로 작용해 사용자의 창의성을 촉진시켜 줍니다.
사용자의 요청에 새로운 문장을 생성해 내는 ChatGPT (출처. OpenAI)
머릿 속의 참신한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전문가만의 영역일까요? 사실 이미지나 영상과 같은 시각적인 형태로 구체화하는 데에는 타고난 재능이나 많은 시간의 연습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아무리 좋은 영감과 발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일반인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최근 이미지나 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러한 장벽을 허물어 주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대표적인 이미지 생성형 AI 중에 하나인 DALL-E 2인데요. 사용자는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대변할 수 있는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빠르게 이미지를 만들어 보고, 또한 이를 수정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발산적 사고를 구체화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해 그들의 숨겨진 창의성을 극대화하도록 도와줍니다.
대표적인 이미지 생성형 AI인 DALL-E 2
증강 지능으로 좋은 경험 디자인하기
이번 글에서는 사용자를 더 똑똑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주는 증강 UX와 그 다양한 디자인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증강 UX는 사용자의 인지적 한계로 인해 이전에 할 수 없었거나, 일부 전문가나 숙련자만 수행할 수 있었던 어려운 일을 쉽게 만들어 줍니다. 뿐만 아니라 증강 UX는 사용자와의 협업을 통해 자동화 UX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신뢰성 문제나 알고리즘 편향과 같은 AI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데요. 이러한 증강 UX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AI의 협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디자인하는 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와 AI의 효과적인 협업을 어떻게 디자인해 주어야 할까요? 사용자와 AI가 지닌 한계를 이해하고,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각각의 장점들을 결합해 효율을 극대화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업의 속성을 세밀하게 파악해 사용자와 AI 간의 역할을 잘 분배해 주어야 하는데요. 예를 들면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과업에서는 AI가 잘하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정보 처리 능력과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직관적인 판단력을 결합해 주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간과 AI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요. 생성형 AI는 인간만의 영역으로 알려진 창작 활동에서도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그렇지만 생성형 AI가 만든 창작품은 결국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된 가장 높은 확률에 의해 도출된 결과 값에 불과할 수 있는데요. 그러므로 여전히 직감과 같은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잘 결합되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증강 UX를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과 같이 이미지 생성형 AI인 미드저니의 디스코드 채널에서는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업로드하여 다른 사용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데요. 자신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 실시간 피드백을 받는다거나, 다른 사용자의 콘텐츠를 보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사용자들간의 집단 지성을 통해 AI와 더 나은 협업 방법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미드저니의 디스코드 채널
이처럼 증강 UX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는데요. 사용자가 인지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영역을 발굴하여 증강 UX를 적용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더 많은 사용자들이 노화로 인해 인지적 능력의 저하를 겪게 될 텐데요. 이러한 시니어 영역에 증강 UX를 잘 활용한다면, 폭 넓어진 사업 기회 영역의 발굴과 함께 사용자에게 착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문헌
Wang, D., A. Khosla, R. Gargeya, H. Irshad, and A. H. Beck, Deep learning for identifying metastatic breast cancer, arXiv,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