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정 Oct 29. 2022

나의 걸림돌은 장애가 아니다

 나의 걸림돌은 장애가 아니다. 섣불리 못 하겠지라고 제멋대로 판단하고 재단하는 사람들의 오해이다. 날 무능하게 만드는 것은 없어져버린 팔 한쪽이 아니라 사람들의 오해와 섣부른 판단과 편견이다.

 어느덧 장애인 7년 차. 나의 장애에 대해서 무던해진지는 6년째다. 여전히 엄마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나 장애인이잖아.’라는 말을 하면 엄마는 늘 못 들은 척을 하며 그 사실을 부정하고 회피하곤 한다. 나는 이기적이게도 나의 이 장애를 요리조리 내 입맛대로 잘 써먹고 있다. 뮤지컬, 콘서트 각종 공연 덕후인 나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어느 공연이든 장애인 복지카드르 가지고 있으면 적게는 30%, 많게는 50%까지. 할인 받으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그래서 얼마 전엔 아이유 콘서트를 크게 무리 없이 올콘까지 뛸 수 있었다.) 나의 취업 또한 이 장애인이라는 명패를 사용하여 남들보다 쉽게 한 편이다. 누군가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먹고살아야 하는 것을. 글을 쓰고 이런저런 부가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내가 장애인이 되었으니 이렇게 할 이야기도,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해야만 하는 이야기도 많은 거지 라며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쓰며 소리 내고 있다. 여러모로 나에게는 이 장애라는 표식이 큰 상처도,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

 4년 전쯤인가, 부서 내 이동이 있을 무렵에 나의 근무팀을 두고 한참을 회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년이 넘게 스트레스가 극심한 팀에 있었기에 우리의 대장님(...)은 날 다른 팀으로 보내주려고 했고, 날 받기 위한 팀에서도 흔쾌히 수락을 했었는데 옆 팀에서 내가 옮기는 것을 막았다. 내가 근무하던 부서의 건물은 2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보통 1층은 사무실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쪽이었고, 2층은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거나 수시로 순찰을 돌며 민원을 처리하는 쪽이었다. 나는 1층에서 2층으로 팀 이동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나의 이동을 막은 것이 부서장도, 날 받기로 한 팀장도 아닌, 옆 팀장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무지는 시골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너무 바쁠 경우에는 옆 팀에서 상부상조하며 지내는 곳이었다. 그 팀장의 말로는 장애가 있으니, 무거운 것도 못 들 것이고 포터와 같은 큰 차의 운전도 힘들 것이며 수시로 발생하는 현장민원의 대처 또한 어려울 것 같다는 나의 능력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하는 그런 판단과 걱정들이었다. 여러모로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썼다. 날 잘 모르면 그럴 수 있지, 나의 장애 정도를 정확하게 모르니까 그러는 것이겠지라며 내가 아닌 그 사람을 변호하기 위한 생각들을 하면 할수록 그의 주장에 대한 반박거리만 생각날 뿐이었다.

1. 무거운 것을 못 든다.

  - 무거운 것을 실어서 끌 수 있는 도구는 창고에 이미 많이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무거운 것들을 들 일은 크게 없다

2. 포터와 같은 큰 차의 운전이 힘들다.

  - 내 소유의 차량은 코나이다. 운전 경력은 그때 당시만 해도 6년 차였다. 면허증은 2종 보통이며, 내가 포터를 끌 수 없는 것은 나의 장애 때문이 아닌 1종 면허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팀이 바뀌고 포터를 운전하고 다녔다. 2종 보통 면허증만으로도 운전이 가능한 포터였다.)

3. 현장민원의 대처가 어렵다.

  - 장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와 노력, 센스의 문제라고 본다. 1층에서 민원을 볼 때도 대처가 잘 되지 않는다라는 평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다.

 이런저런 잡음이 많았던 이동이었지만, 결국 옮겨간 나의 팀에서 나는 옆 팀장이 걱정하고 우려했던 부분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나의 장애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거운 것을 들 일이 있을 때면 끌차를 타고 가서 실어서 옮겼고, 2종 보통 면허로도 운전이 가능 한 포터였기에 때때로 운전하면서 순찰을 돌고 현장민원을 처리하곤 했다.

 나에게 장애는 걸림돌이나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섣부른 판단과 오해들이 나를 때때로 막아선다.




작가의 이전글 닿지 않을 너에게 쓰는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