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공돌이 Feb 01. 2023

OKR 함정

억지스러운 것에 애쓰지 말자

OKR은 Objective and Key Results의 줄임말로 구글이 사용한다는 목표관리 인사체계이다. 우리 회사는 과거 OKR 도입을 세 차례 시도 했고 세 차례 실패했다. 구글에서도 전사적으로 쓰고 엄청난 인사전문가가 주장하는 시스템이니 실패할 때마다 우리가 무엇인가 잘못하고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매번 무엇을 잘못했는지 사례와 극복방법을 찾아보고 고민했다. 심지어 구글 해외지사 다니는 친구에게 실제 구글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맥주 한 잔 하며 캐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결국 세 번이나 실패한 것이다.


실리콘밸리 인사 시스템과 관련하여 넷플릭스 쪽 <규칙 없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쭉 읽었는데 <OKR>을 읽을 때는 머릿속에 수백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론상 들으면 그럴듯하지만 당장 실무에 적용하는 상상을 할 때마다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미 책 내용이 이 정도 억지스럽다 느꼈을 때, 회사를 OKR에 끼우려는 노력을 할 것이 아니라 OKR에 대한 기대를 과감히 버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마케팅이 너무 훌륭했고 많은 회사들도 도입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 나한테 우리한테 문제가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궁금해진다. 실제로 우리 문제였을까 아니면 OKR 자체가 가진 문제였을까.


OKR은 조직의 성과를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으로 가정한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조직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목표를 모듈처럼 고립시키기 쉽지 않다. 그리고 반복적 작업을 제 때 해내면 되는 많은 직무는 매 기간 별로 새로운 목표를 잡는 것이 의미가 없기도 하다. 이제는 실리콘벨리 아니 구글 내에서조차 OKR을 조롱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연 OKR이 구글의 성공을 만들어 준 것일까 아니면 구글의 성공이 OKR 같은 시스템도 돌아갈 수 있게 만든 것일까.


실증적으로는 후자가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OKR 도입에 실패했다는 얘기는 수 없이 들었고 검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OKR을 정석으로 도입하여 성과로 연결시켰다는 이야기를 나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많은 성토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덜해서, 이 부분을 놓쳐서 그렇다"는 얘기가 OKR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를 압도한다. 이제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3년간 전문가들이 하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에 효능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멋있고 예의 바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러면서 황당하거나 억지스러운 이야기조차도 전문가가 주장하면 의문을 표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억지스럽고 이해하기 힘들고 모르는 얘기가 많다면 이는 전문적이어서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경제적인 동기를 가지고 꾸며낸 헛소리여서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마 한동안은 전문성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심판대에 세워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금융회사가 되어가는 MCP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