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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공돌이 Mar 20. 2023

AI가 바꿀 직업의 미래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려면

헬스키친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요리사 고든 램지가 나와서 오디션 방식으로 요리사를 뽑는 프로그램이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 전반부는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요리사 역량을 다룬다. 고기를 잘 굽는지, 팀 워크를 할 수 있는지 등등이다.


하지만 후반부에 최종 승자를 가릴 때는 약간 다른 미션을 받는다. 바로 잘 만들어진 요리를 레시피 없이 "재현"하는 것이다. 앞서 전반부에서는 아주 잘했던 요리사들도 여기서부터 애를 먹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어떤 요리를 보고 재현을 하려면 선천적인 시각, 후각, 미각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어떤 것이 보편적으로 맛있는 음식인지 직관적으로 알아야 하고, 거기에 더해 방대한 재료와 그 조리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든 램지의 판단으로는 요리만 보고도 맛을 파악하고 레시피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요리사는 주어진 레시피만 충실히 따를 수 있는 요리사와 비교하기 힘든 퀄리티를 갖춘 것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뜬다고 한다. 높은 연봉에 채용공고가 나고 AI기술의 첨점처럼 인식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AI 프롬프트를 사용해서 AI가 원하는 결과를 내도록 입력값을 조절하는 사람들을 얘기한다. 하지만 사무직에 종사한다면 우리 모두가 반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주산, 계산기, 엑셀, 검색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잘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고든 렘지가 원하는 요리사와 비슷한 역량이 필요하다.


일단 결과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그림을 모르면 AI가 이를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만약 다양한 결과를 보고 좋은 것을 고르고자 한다면 AI 없이 처음부터 직접 만드는 것이 더 효율이 좋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아직 그 결과를 손에 쥐고 있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과들의 특징을 머릿속에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상상은 명문화와는 약간 다르다. 명문화하는 것은 두뇌의 역량 중 언어적인 역량을 사용한 후 비교와 대조를 꼼꼼히 해나가는 것이지만 이 방법은 느려서 AI를 활용하는 이유를 반감시킨다. 상상을 한다는 것은 우리 두뇌 속 기능 중 Visual Sketchpad(머릿속 공간적 스케치북)라 불리는 곳을 활용하여 느슨히 내가 원하는 것을 떠올리고 있다가 프롬프트에 뜬 것이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능력은 통찰과 직관을 업데이트하는 능력이다. AI 모델은 너무 복잡해서 정형화된 지식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A를 넣으면 B가 나온다를 많이 외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숙련도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직관과 통찰로, 즉 "느낌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느낌을 통해 빠르게 튜닝을 하고, 시행착오의 결과를 지식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으로 업데이트를 해내야 한다.


직관과 통찰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최근 전 세계 학계조차 직관과 통찰을 무시하고 학문적으로 교조화 된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지난 10년간 학계를 장악해나가고 있는 경험주의 계열 학자들은 "실증주의와 커뮤니티 컨센서스야 말로 과학"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고등 교육을 이수한 인재들도 직관과 통찰을 키울 기회보다는 지식의 정형성을 지키는 훈련을 더 많이 받는다. 마치 이미 존재하는 레시피를 가장 잘 해내는 요리사들처럼. 하지만 레시피를 충실히 따르는 것을 자부심으로 삼는 지식 숙련공들이 설 자리는 AI시대에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기업에서는 직관과 통찰이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을 할 것이고, 교육계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키워 나갈지 새롭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소설가, 창업가, 아키텍트 등 극소수의 창조적인 직업들에서만 그런 역량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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