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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와소나무 May 02. 2024

개성대로 배우더라

                     -선생님, 선생님 어디 계세요?-

운이 좋게도 나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동네 언니 오빠들 따라

학교 운동장에 가서 엉겁결에 배웠다.


우리 동네엔 어린이용 자전가가 딱 한 대 밖에 없었고,

다들 그 아이를 부러워했다.

하루는 그 아이가 자랑삼아

자전거 타는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해서

우르르 동네아이들 틈에 껴 나도 운동장에 갔다.


바람을 가르며 운동장을 달리는 그 아이를 부러워하는데 그치지 않고

몇몇 남자애들이 기어이 회유에 압박까지 동원해서

그날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놀랍게도 새로운 아이가 자전거 배우기에 성공했다.

순서를 기다리던 아이가 자전거에 타면

뒤에서 잡아주며 따라가는 자전거 주인인 아이는 매번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멀리 봐.

무조건 페달을 계속 굴려!"   


부러워하며 지켜보던 내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감격스러웠다. 두려움도 느꼈지만 생각할 시간도 없이 나는 안장에 앉았다.  

뒤에서 잡아주는 나보다 체격이 좋은 아이를 믿고

그 아이가 '출발!'이라고 신호를 하자마자 냅다 달렸다.

힘껏! 인정사정없이 달렸다. 


그러다가 운동장을 반바퀴 돌았을 때 나는 뒤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차렸고

곧바로 심장이 쿵쿵거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너무 세게 페달을 굴린 탓에 아이가 나를 놓쳐버렸던 것이다.

마지막에 나는 두 다리를 땅에 끌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서야 간신히 자전거를 세웠다.

브레이크 사용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로 페달만 돌릴 줄 알았기 때문에...


그 후로 우리 집에도 자전거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손을 놓고 달리거나

서서 달리거나

한 손으로만 핸들을 잡고도 달릴 수 있게 됐다. 그러다 시골의 한적한 도로옆 시궁창에 처박히기도 했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뭔가를 배운 첫 경험'이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옷부터 산다. 내 친구가 그렇다.

수영이든 볼링이든 일단 옷부터 산다.

또 어떤 사람은 장비빨이라면서 백화점에 가서 비싼 장비부터 산다.

낚싯대와 골프 클럽에 대해 매장 직원의 설명을 귀담아듣고는 숨이 컥 막히는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내 남편의 경우엔 관련된 책부터 산다.  다 읽고 나서야 집을 나선다.

나는? 나는 선생님부터 찾는다.

나를 가르쳐줄 적임자부터 탐문한다. 어디에 계시나요? 당신입니까?

그리곤 그분이 사라는 장비와 옷을 사고, 그분이 가르쳐주는 공간에서 묵묵히 배운다.


탁구를 배울 때도 그랬다. 나는 거울 앞에서 라켓을 들고 품만 잡았다. 한 달이 아니라 무려 3개월을....

공 한번 넷트 너머로 치지 못하고, 3개월간 기본자세만 배웠다. 지금도 그 자세가 무의식 중에 나온다.   

볼링을 배울 때는 그 지역 대표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님께 기본자세부터 배웠다.

당구도 그랬다.

A당구장에는 내 이름이 써진 큐가 있었고, 사장님은 유럽 신사처럼 내게 당구를 차근차근 가르치셨다.


아주 터프하게 나를 가르친 분은 돌아가신 우리 친정아버지셨다.

나는 중3 때 오토바이를 아버지께 배웠다. 그리고 그날 운전미숙으로 과일가게 사과상자를 들이받았다.

대학교 입학식도 하기 전인 2월에는 자동차 운전을 배웠다. 그날 남의 보리밭을 차로 세게 밟아버렸다.

왜냐면 아버지께서 딱 한차례 기계들의 원리대해 촤르륵 설명하시고서

바로 키를 내게 맡겨버리셨기 때문이다.

나는 기억력이 평범한 데다 평소 기계를 관심 있게 본 적도 없어서 몹시 헛갈렸다.

한번 설명을 들었다 하여 그 기계를 작동시킬 천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냥 운전해보라고 시니... 어휴!

그나마 첫날만 사고 치고 이후로 지금까지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잘 타고 다닌 건 행운이다.

내가 사고를 쳤기 때문인지 남동생이나 여동생은 나와 좀 다르게 오토바이를 배운 것 같다.


새로운 걸 배울 땐 난 언제나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그것이 내게는 첫 번째 고려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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