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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와소나무 Jan 06. 2025

저는 누굴 닮았나요?

-랜덤 설계도-

 

새해 첫날,

친정엄마를 모시고 언니 집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보조석에 앉은 남편은 일찌감치 코를 골고 있었다.

나는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계신 친정엄마께 여쭸다.

“엄마, 저는 누굴 닮은 것 같아요?”     


“너는?”...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너는 아버지를 닮았지”라고 하셨다.

     

“할아버지 닮은 점은 없나요?”.

엄마는 “할아버지 닮은 점?

화를 잘 안내는 게 닮았지”라 하셨다.     


“할머니 닮은 점은요?”.

“할머니도 닮았지. 손이 빠른 거”.

     

마지막으로 나는 “엄마 닮은 건 없어요?”라고 물었다.

“음... 나도 닮았겠지?

그런데 뭘 닮았는지는 모르겠네.

뭘 닮았을까?”

     

엄마 말씀대로  나는 아버지 쪽을 닮았다.

성격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그냥 몰빵각이다.  

그래도 엄마 닮은 부분이 어딘가 있을텐데...

 

내가 가까스로 찾아낸 건 이것이다.

깨끗이 씻는 걸 좋아하고,

집안을 깔끔히 청소하는 걸 닮았다.

꽃을 좋아하는 것도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를 닮아서라고 우기련다.


엄마를 댁으로 모셔다 드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워커없인 잘 걷지 못하시니

사우나에 엄마와 같이 다니긴 어렵겠지만,

봄이 되면 우리   마당의 예쁜 꽃들을 자주 보여드려야겠다고.


닮은 사람들에겐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만약에  나의 손주가 나의 무언가를 닮는다면

그것이 운동신경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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