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 가다

by 윤달래

(작가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되는 글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각색될 수 있지만 실화와 90% 이상 일치합니다. 본문 중 나오는 작가의 이름은 실명 대신 작가명으로 대신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바로는 정신과적 질병의 증상이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당장 나타나는 증상들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의사의 권유대로 같은 병원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제일 처음 정신과에 방문하면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된다. 몇 시간이 소요되는 질문지를 작성하고, 뇌파 검사와 의사의 문진도 하고 상담도 진행했던 것 같다. 사실 그 당시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아 정확히 어떤 검사를 진행했었는지 자세히 서술하기 어렵다. (중증의 우울증 환자는 기억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이니 이해 바란다)


검사 결과가 나온 후 첫 상담을 하던 날, 그때 날 담당하던 교수님의 첫 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달래님, 그동안 힘들어서 어떻게 버티셨어요.”


그 한마디를 듣자마자 마치 수도꼭지가 열린 듯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사실 10대 초반부터 남들보다 많은 사건으로 나의 감정 기저엔 항상 우울함이 바탕으로 깔려 있었다. 나름대로 자존심은 또 강해서, 다른 사람에게 힘든 내색을 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러다 보니 힘든 일이 생겨도 내 속내를 더 꼭꼭 숨겼고, 남들 앞에서, 심지어 가족 앞에서도 최대한 밝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했다.


주변 사람들은 늘 밝은 내 모습에 나를 그저 걱정, 고민 없는 해맑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항상 밝으니 걱정 고민이 없나보다’라는 말을 들으며 살다 보니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망가지는데도 보듬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그저 밝은 아이로 5년 가까이 살다가 병원 진료실에서 저 한마디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대성통곡을 한 것이었다.


나는 담당 교수가 건넨 갑 티슈를 몇 장이나 뽑아 쓸 만큼 한참을 운 후에야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의 길고 긴 치료가 시작되었다. 제일 처음 받게 된 진단명은 ‘상세 불명의 중증도 우울 에피소드’ 증상이 심해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는 나도 모르게 아파트 옥상이나 높은 곳을 자주 멍하게 바라보거나 차도에 달리는 차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일상적으로 들곤 했다. 병원에서는 입원을 적극 권했지만, 회사 문제와 비용 문제가 있어 약물로 치료를 먼저 해보는 것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다.


“약을 먹으면 많이 졸리거나 멍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단약을 하시거나 용량을 조절해서 드시면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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