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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Mar 08. 2024

사주카페에 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한 사주카페와 실제의 사주카페는 아주 달랐다. 모르고 들어 왔으면 차만 마시고 갈 만큼 너무나 평범한 그냥 카페였다. 벽에 점집을 떠오르게 하는 이상한 그림도 없고. 한복을 입은 사람도 없었다. 클래식 재즈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카페는 '사주'라는 말이 주는 신비한 분위기가 정말 1도 없어서 조금 실망할 정도였다.


 다행히 창가 자리가 있다. 무려 푹신한 소파자리다. 냉큼 자리에 앉아 밖을 보니 구름하나 없는 하늘 밑에 차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엮여 있다. 그냥 여기 앉아 창밖을 보며 차 한잔 하는 것도 참 분위기 있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사주카페라니. 사주라는 낯선 단어에서 오는 불안감과 오늘 참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구나 하는 설렘이 섞여 속이 울렁거렸다. 네모난 탁자 위에는 유리가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메뉴판과 종이포장된 설탕과 티슈, 메뉴판이 놓여 있었다. 

 일단 카페니까 주문을 해야겠지? 나와 세연, 연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메뉴판을 구경했다. 커피와 차 메뉴가 앞에 있었고 맨 뒤에 사주, 직업운, 연애운, 궁합, 작명 등이 사인펜으로 적혀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격은 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세연도 처음인지 마냥 신기해하며 사주메뉴를 붙잡고 있길래 나와 세연은 같이 메뉴판 공부를 했다.

 나와 세연이 구경하느라 바쁜 사이, 사주카페를 제안했던 연희는 직원이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차를 주문하더니 사주 보기도 같이 신청해 준다. 몇 번 와본 적이 있는지 능숙하게 행동하는 그녀를 보며 병원에서의 그녀와 이질감이 느껴졌다. 있는 듯 없는 듯 늘 조용한 친구였는데 이런 면도 있구나.  왠지 어른 같아서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지금쯤 뭐 하고 살고 있으려나..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말고도 테이블마다 옹기종기 손님들이 앉아있었다. 우리처럼 여자들만 있는 테이블도 있고 커플이 온 테이블도 있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있는걸?


 그중 한 커플은 나이 지긋한 남자분과 마주 앉아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웃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도 지으며 설명을 듣고 있다. 궁합 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앉은 남자분은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면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마 저분이 역술가보다! 

 서로 눈 마주치면 어색할 테니 적당히 다른 곳 구경하는 척, 숨어서 관찰을 시작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좀 죄송하다.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관찰이라니.)

 그런데 한복도 안 입고 옆에 두꺼운 한문책도 없다. 내가 생각했던 역술인은 개량한복을 입고 옆구리에 고문서 같은 한문책을 끼고 있는 분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이런 이미지는 어디서 각인되었던 걸까? 아무래도 TV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귀를 쫑긋 세워 보았지만 음악에 묻혀서 들리진 않는다. 아쉽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카페 구경을 하고 있는데 연희가 물었다.

"근데, 희진아 넌 뭐 물어볼 거야?"

"응? 뭘 물어보다니? 그걸 정해야 해?"

(원래 생년월일 얘기해 주면 주루루룩 다 얘기해 주는 거 아닌가? 드라마 보면 다들 그러던데.)

"그럼~ 연애운도 있고, 직장운도 있고 다 따로따로 돈 내는 거야. 뭐 볼지 정해서 물어볼 거 생각해둬야 해. 그래야 안 까먹고 다 물어보지. 아깝잖아~. “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그때부터 나는 진심으로 고민에 빠졌다. 돈 내고 보는 건데 다 못 물어보고 오면 엄청 억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밤을 새우고 와서 그런가 멍해진 머리는 더 이상 굴러가지 않았다. 물론 평소에도 머리가 많이 굴러가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떠오른 질문이 하나 있었다.


 ‘저 결혼은 할 수 있을까요?’

 

 대학 때부터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통 마음 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나는 결혼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저 질문 하나는 생각이 났다. 그리고 끝! 

 생각이 멈추어버렸다. 질문을 짜내보려고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내 뇌는 아무리 호출해도 더 이상 응답이 없었다. 아! 난 오늘 돈만 버리고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S가 말을 꺼냈다.

 "그럼 연희가 제일 먼저 봐. 우리 그거 보고 할게."

 세연은 천재였다.

 

  세연과 내가 연희를 믿음직스럽게 쳐다보고 있을 때

 “안녕하세요~.” 

 하는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우리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고개를 들어 역술가를 보았는데 활짝 웃는 미모의 여성이 우리를 보며 방긋 웃는다.

 "뭐, 도와드릴.."

 쿡.

  연희가 나를 쿡 찔렀다. 병원에서 하던 버릇이 나와버려서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누군가 말을 걸면 무조건 도와드릴까요? 가 반사적으로 나온다. 습관이 이렇게나 무섭다.


“사주 신청하셨죠?”

"네."


 여성분을 본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분이 역술가라고? 

 깔끔한 검은 슈트 차림의 여성분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미모의 이사님 같은 이미지였다. 이분이 역술가님이라니. 오늘은 정말 편견이 많이 깨지는 날인 것 같다. 


 근데 저.. 결혼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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