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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전 최홍수 Jun 28. 2024

달리는 자전거와 노겸

  꿈이나 비전이 있으면 방해꾼인 뱀파이어가 언제 어디에서나 나타납니다. 제가 40살이 넘어 주경야독으로 어렵게 국비 유학에 선발되어 중국에 공부하러 갔을 때, 가자마자 새로운 풍토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매우 아파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몸이 아픈 것이 장애물인 뱀파이어로 나타나 공부를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어요. 포기하고 귀국하면 이제까지 공부했던 것이 모두 허사이고, 주변에 할 말도 없게 됩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처지가 참 딱했어요. 


  먼저 건강을 회복하고 귀국하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달 동안 먹고 자고 몸을 추스르며 다시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공부를 해보고 안되면 한국으로 돌아가리라는 굳은 마음을 먹었어요. 건강을 회복하고 ‘중국어 능력 평가시험’을 접수하였습니다. 중국 책을 보는 실력은 그럭저럭 문제가 없었어요. 듣고 말하기가 어려워 매일매일 반복해서 듣고 또 듣고 외웠습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각오로 약 40일 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지 않고 듣기와 외우기를 계속했습니다. 


  시험 당일, 시험은 어떻게 치렀는지 모르게 지나갔어요. 몸이 너무 피곤하여 13시쯤에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잠이 들었어요. 오후 8시쯤에 일어나 저녁을 준비하면서, 뉴스를 틀었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안 들리던 중국방송이 거의 들려와 처음에는 깜짝 놀라 귀를 의심했습니다. 방송이 계속 잘 들려오기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요. 방 안에서 ‘야호!’라는 함성도 지르고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이제는 안 돌아가도 된다. 국비로 공부하러 왔으니 더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에 보답하자!’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아호가 ‘복전’입니다. 복전은 명사로는 ‘복의 전당, 복의 큰 집’이고, 동사로는 ‘복을 전파하다’는 뜻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꿈이나 목표가 있어도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나게 됩니다장애물에 잠시 멈추거나 돌아가더라도멀리 보고 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나가면 꿈이나 목적지에 도달합니다대전에서 서울로 가려면 지도상 위로 올라가야 해요아래로부산이나 광주로 가면 서울에서 점점 더 멀어져 영원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어요. 지금 여기서 잠시 생각해 봅시다. 내가 가고 있는 인생길에 장애물은 없는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방향에 맞는지 아니면 방향이 틀려서 꿈이나 목적지와 점점 멀리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고 멈출 때, 쓰러지거나 넘어집니다. 자전거가 멈출 때 조심해야 하듯이, 꿈이나 비전을 이루었거나 성공했을 때 주의하는 게 중요합니다. 성공하고 자만하거나 교만해지면 공든 탑이 무너집니다. 자전거를 계속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겸손하게 페달을 밟는 게 필요합니다. 겸손하게 페달을 밟는 것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요?      


  ≪주역≫ ‘겸괘’에 나오는 ‘노(로)겸勞謙’은 ‘큰 공가 있거나 큰 성공을 해도 손함’입니다. 겸손이나 양보는 실패나 패배했을 때가 아니라성공이나 승리했을 때일수록 더욱 소중하고 빛납니다. 경쟁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한발 양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지만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토대입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양보하고 부인은 남편에게 양보하면, 부부싸움할 일이 많이 줄어듭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상대방에게 먼저 타거나 내리게 하고, 좁은 길에서는 한 걸음 머물러 서서 남에게 양보하여 먼저 지나가게 하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상대와 다퉈 마음이 상해지는 걸 예방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고마워하는 마음을 얻습니다. 양보와 겸손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높이는 아름다운 미덕입니다.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이 세상에서, 주인으로 사는 사람은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삶을 편안하고 즐겁고 아름답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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