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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Nov 24. 2023

12월이 온다.

  어느새 아이들 학교가 끝날 시간이다. 후다닥 핸드폰만 들고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건다.

“Ben venuni! Buon pomeriggio!”

 시동과 동시에 켜지는 라디오 속에서 터져 나오는 이탈리아어에 매번 깜짝 놀란다. 라디오 DJ의 이탈리아어가 따발총처럼 따다다다 귀 속으로 파고든다.

아 그렇지 이탈리아지.

이 순간, 라디오에서 총알처럼 터져나오는 이탈리아어가 들리는 순간 새삼 내가 한국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활동범주가 넓지도 않으니 평소에는 내가 이탈리아에 사는지 한국에 사는건지 별 차이가 없는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탈리아어가 들리는 순간, 나는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음을 자.각.한.다


놀랍게도 라디오 속의 이탈리아어는 여전히 낯설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온 신경을 집중해서 귀기울이지 않으면 뭐라고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런가 뭔가 세상에서 고립된 느낌까지 든다. 한편으로는 R101 채널말고 FM 정오의 희망곡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12월이 문턱에 오니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어감이 느껴진다. 이제 두오모 앞이며 comune 광장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질테고 12월 1일에 점등이 되겠지. 이미 수퍼마켓이나 백화점에는 할로윈이 끝남과 동시에 온통 크리스마스 물건들로 매대를 싹 다 바꿨다. 이 시기에 먹는 빠네토네와 판도로는 이미 절찬리 판매중이다.

 뭔가   있는  연말 특유의 분위기가 한참 고조될  즈음이면 되려 고독감이 몰려온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설이나 추석같은 한국의 명절은 아무렇지 않은데 오히려  나라의 명절인 크리스마스 시기가 내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이방인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아이들의 학교 친구들도 조부모와 친척이 있는 나라로 돌아가고 이탈리아 사람들도 양가 부모는 물론 일가 친척이 모이느라 바쁘다.


 이처럼 철저하게 가족 모임이 집중되는 12월은 아이들과 우리 부부밖에 없는 이곳의 삶이 새삼 쓸쓸하다. 내가 여기서 뭐하자고 이러고 있나 .



 

작년 두오모 주변 크리스마스 트리


 작년 두오모 광장 곳곳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들춰보며 쓸쓸한 기분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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