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선이 빚어낸

― 손동연 동시집 『날마다 생일』(푸른 책들, 2023)을 읽고

by 민휴

어린이가 좋아서 동시를 쓰고, 동시가 좋아서 어린이로 산다는 손동연 선생님은 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그 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 시조가 각각 당선되었다. 시집, 동시집, 연작동시집 등을 펴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풀이래요」, 「낙타」 등 여러 편의 시가 실렸다. 대한민국 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 굵직한 상을 일곱 차례나 수상한 이력이 있는 자타공인 베테랑 작가다. 동시집 『날마다 생일』은 서울문화재단 창작집 발간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발간되었다.

제1부 봄은 곳곳에서

제2부 천사의 자격

제3부 노을이 좋은 이유

제4부 별똥별은 대단해

작가는 어린이의 마음은 물론, 자연현상에서도 동심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 특출 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짧고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깨달음을 갖게 하는 동시로 썼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떡잎

떡잎은

봄 열쇠야

큰 자물쇠통인 땅도

간지럼엔

못 이겨

- 「떡잎」 전문



꽃과 나비

꽃이

자꾸자꾸

나빌 앉히는 건

머리에

어울리는

리본을 고르는 거란다

- 「꽃과 나비」 전문

꽃들도

숨을 쉰답니다

날숨은

향기,

들숨은

나비랍니다

- 「숨」 전문

자연을 얼마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다지도 사랑스러운 동시로 쓸 수 있을까? 시를 읽으며 ‘아하!’라고 저절로 맞장구가 쳐지는 마음이다.

져 줍니다


해가

집니다.

아니, 져 줍니다.

그래야

달이 돋거든요.

별들도 또랑또랑 눈 뜨거든요.

- 「져 줍니다」 전문


친구도 이웃도 이기려고 하는 우리 학교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다. 져 준다는 말 너그럽고 넉넉한 말이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처럼 더 아름다운 삶을 위한 속 깊은 조언이다.


자기소개서

지렁이는 딱 한 줄

‘흙을 살립니다.’

나는?

- 「자기소개서」 전문

지렁이가 할 법한 말이다. 땅을 살린다는 당당한 말이다. 한 줄로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말 우리도 할 수 있도록 삶을 부끄럽지 않게 꾸려야겠다.



도서관 아이들

읽는다

익는다

- 「도서관 아이들」 전문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마음이 깊어지고 그러면서, 아이들도 알차게 익어가는 것이다. 글도 의미가 깊고, 그림도 정말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보며 그곳에 나도 함께 있고 싶었다.

별똥별은 대단해

하늘에서

폴짝,

뛰어내려요

해도

달도

못 해 본 놀이!

- 「별똥별은 대단해」

매 순간 놀이를 생각하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동시일 것이다. 별똥별을 우주의 놀이로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간직한 작가의 마음이 빚어낸 아름다운 동시로 여겨진다.


어린이날 100돌을 맞아 이 책을 펴내신 손동연 선생님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산다고 하신다. 동시에서도 보이듯 열린 마음으로 우주를, 자연을,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다. 바쁜 아이들을 배려한 마음인지 짤막하고 밝은 동시들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마저 밝게 만들어준다. 시처럼 맑고 경쾌한 그림도 큰 몫을 하는 진짜 예쁜 동시집이다.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아는 입장에서 동시를 썼기 때문에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귀하고 소중한 동시집을 발간하신 손동연 선생님께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맑고 밝은 동심을 나눠 주신 것에 감사 드리며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