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깨물기』, 김소연, 마음산책, 2022.
「사랑을 온전히 보게 하는 방식」이라는 부재가 붙은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이 나왔다. EBS 윤고은의 북카페 금요일 프로그램에 김상혁 시인과 함께 출연해 시와 산문, 소설 등에서 문장을 골라 읽으며 글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털어놓는 재간둥이 김소연 시인을 오래전부터 좋아했었다.
방송 시간에 시에 대해,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도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사유를 펼치는 진중하고 심지 곧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부분들을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될 때, 역시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는 내내 안심이 되고 듬직했다.
시인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시 쓰기를 생각하는 모습들이 좋아서 닮고 싶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책을 읽었다. 오랜만에 몰입해서 밤새워 읽었는데 별수 없이 시인의 아픔과 함께라서 읽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귀하고 존경스러웠다.
엄마에 대한 사유는 조금 복잡했는데 애증의 관계란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큰딸로서 엄마의 마지막을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을 볼 때,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시절이라 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엄마를 사랑하고 도리를 다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문구들이나 사유들이 많아서 연필로 줄을 긋는 부분과 중요해서 페이지를 접게 되는 부분도 많았다. 나누어진 부분별 뚜렷한 특징은 없이 그가 글을 쓰는 작가이기에 대부분 글쓰기에 대한 글들이라고 생각되었다.
1부 엄마를 끝낸 엄마
“엄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를 착취하는 사람이었고, 오빠보다 뒤에 서 있기를 지나치게 종용해온 억압의 주체였다” 어머니와의 애증의 관계와 마지막 그 후의 화해의 사유들이 적혀 있다.
2부 입이 있다는 것 외 14편의 에세이 : 일상과 이어진 글쓰기에 대하여
3부 덧없는 환희
온통 폴란드 시인 쉼보르스카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쉼보르스카가 모두에게 말을 걸 때에는 누군가가 제외되는 일이 없다. 시를 읽지 않는 사람도. 시에 관심 없는 사람도. 시를 폄하하는 사람마저도. 쉼보르스카는 시 속에 담는다. 모두를 위한 시를 쓰기 때문에 쉼보르스카는 거기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여기에 나타나는 느낌을 준다. 내가 쉼보르스카를 좋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말이 김소연 시인이 글쓰기를 할 때의 마음가짐임을 보여주고 있다.
4부 막연함에 대하여 외 11편의 에세이 : 책과 영화 등에서 이어진 글쓰기에 대하여
「조금 다르기」에서 “나는 언젠가부터 조금 다른 나의 의견과 일상과 나만의 발견은 그건 공간에 전시하지 않게 되었다. 모두들, 조금 다른 각자의 의견은 어딘가에 꽁꽁 숨겨두고 있을 것 같다. 모든 것을 알리는 듯하지만, 그만큼 각자의 삘은 비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나도 비밀로 하고 싶은 것이 점점 많아져 간다.” 각종 SNS나 매체 등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랑삼아 드러내고 있지만, 어쩌면 자신의 뚜렷한 의견이나 속 깊은 진실들은 말하지 않고 조용한 비밀이 되어 더 외로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장소애場所愛, topophilia」에서 “장소에 대한 뒤늦은 나의 애착은 좋은 장소를 갈망하고 그곳에 나를 두기를 욕망하는 것과 반대 방향에 있다. 좋은 장소가 아니라 문제적 장소, 헐벗은 장소, 사람들의 세간 살림이 뻔히 들여다보이고 식구들의 양말과 티셔츠를 쪼르륵 내다 넌 빨래가 깃발처럼 펄럭이는 장소에 나의 애착이 가닿는다”라고 했다. 그런 자리를 시의 장소라고 믿고 있고 머물고 싶다고 쓰고 있다. 그런 장소들이야말로 그가 시를 찾고 시를 쓰는 목적인 듯하다.
「간극의 비루함 속에서」에서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 문장이 아니라 맥락이, 맥락이 아니라 노래 비슷한 것이, 노래가 아니라 울먹임이, 울먹임이 아니라 불꽃이, 불꽃이 아니라 잿더미가 비로소 백지 위에 하얗게 쌓인다. 시는 온갖 실패를 겪어가며 끝장을 본, 한 줌 재인 샘이다”라고 시를 쓰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여 그 불꽃같이 타오른 생각이 한 줌 재로 남을 때 비로소 시가 된다는 그의 글쓰기의 자세가 존경스럽다.
에세이집 전체에 낮은 어조로 조곤조곤 적어내는 내용들은 왠지 눈물을 머금은 듯 촉촉한 느낌이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고 있는 느낌이다. 생각조차도 한 발 한 발 조심해서 할 것 같은 그가 하고자 하는 말 또한 조심하는 것은 당연할 터이다. 의미 있는 글을 쓰고자 고민하는 흔적이 가득해서 배워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