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난희 작가는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와 월간 문학에 동화가 당선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월간 《좋은 생각》에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 〈은빛이야기〉를 오래 연재했다. 신문과 잡지 등에 마음 따듯해지는 글을 쓰고 있다. 동화집 《바퀴 달린 다람쥐》가 있다. 창주아동문학상, 천강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작가소개에서
따듯한 마음은 동시가 표방해야 할 의무다. 이 책은 그런 의무를 착실하게 수행한 동시집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따듯한 동시를 쓰고 싶었고, “세상을 살리는 건 따듯한 마음이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따듯한 마음의 맨 처음은 나를 아끼는 거예요.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사랑할 수 없으니까요”라고 썼다. 신난희 작가의 따듯한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영우의 그림 속
이 빠진 크레파스로 그린
다섯 색 무지개
미애가
살며시
새로 산 크레파스 밀어준다
영우 그림 속에
일곱 색 무지개가
환히 걸리고
선생님 손이
가만히
영우와 미애 머리 위에
앉았다 간다
― 「무지개 교실」 전문
(따듯한 교실의 풍경이 보이는 듯하다. 정말 착하다고 머리를 쓰다듬는 선생님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내려앉은 교실에 무지개가 뜬다.)
“나는 정말 잘 달려”
축구공이 말했습니다
“나는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야구공이 말했습니다
농구공이 쓰윽 굴러와 말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내가 젤 크잖아”
톡탁톡탁
조그만 탁구공이 말했습니다
“난 주고받기를 잘할 수 있어
어려운 말로 소통이래”
― 「동글이네 반장 선거」 전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이 된 세상이다. 동글이네 반에도 잘났다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소통을 잘하는 반장이 뽑혔으면 좋겠다. 마지막 연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알겠다.)
물가에
모여 앉아서
온종일
차르륵차르륵
물장난치는 것도
따글따글
친구들과 떠드는 것도
다 공부래요
잘 노는 게 공부래요
동그래지는 공부래요
― 「조약돌 학교」 전문
(부드럽게 만져지는 따듯한 조약돌의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다. 서로 부대끼며 웃고 떠드는 사이 아이들은 자란다. 마음이 넉넉하고 따듯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즐겁게 노는 시간 많아지면 좋겠다. 이런 학교에는 나도 가고 싶다.)
꽃향기 나는
봄의 바통을 받으려
여름은 일찌감치
숲으로 가는 길목에서
준비 운동 했고요
가을은 단풍나무가 내민
예쁜 손잡고 달렸어요
겨울은 눈 쌓인 언덕길 오르다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지만
모두
열심히 이어 달렸습니다
이제 끝이냐고요?
저기,
냇가 버들강아지 꼬리 흔드네요
끝나지 않을 사계절 달리기
― 「이어달리기」 전문
(사계절을 이렇게 예쁘게 표현한 동시를 만나서 좋았다. 계절의 변화를 배턴터치라고 생각했고, 다음 계절에 넘겨준다고만 생각했었다. 이어달리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작가의 생각이 맞다. 세상 모든 것이 무언가 연결되어 있고, 순환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엄마
얼음처럼 차가운 애가 있어요
알통 자랑해도 거들떠도 안 봐요
단단한 얼음
꽝꽝 힘센 망치로 깨지 않고
톡톡, 작은 바늘로 금을 낸단다
정다운 인사 한번
향기 나는 말 한마디
톡톡, 금을 낼 건 많단다
― 「얼음 깨는 법」 전문
(지혜로운 어른은 이래야 할 것 같다. 아이들보다 더 많이 살면서 경험하며 얻은 지혜로 차가운 상대도 따듯하게 녹일 방법들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아이들한테 들려줄 따듯한 이야기 많이 배워 둬야겠다.)
뿌리도
나뭇잎도 없지만
괜찮아
하늘도 보고
땅도 밟고
나무 곁에 서 있으니
멋있는 책상
힘센 기둥은 못 되었지만
괜찮아
약한 나무
기울어진 나무
붙잡아 줄 수 있으니
― 「버팀목」 전문
(버팀목이라는 단어만 읽어도 저절로 아빠가 엄마가 생각난다. 각자 마음에 의지한 사람들이 생각날 것 같다. 왠지 나도 그런 버팀목이 되고 싶다. 이런 듬직한 시를 쓸 수 있는 작가는 이미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붙잡아 주는 든든한 버팀목.)
땅속에서는
씨앗이 쏘옥 내민
노랑 부리로 콕콕콕
땅 위에서는
햇살 부리로 콕콕콕
빗방울 부리로 콕콕콕
콕콕콕 콕콕콕
봄 껍질 깨뜨린다
― 「새싹 병아리 나오려고」 전문
(줄탁동시를 이렇게 쓸 수 있다고? 너무 멋지다. 땅속에서 땅 위에서 봄의 껍질을 깨려고, 새싹 병아리가 나오려고 이토록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줄 이 동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냥 이뤄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또 배운다.)
목일신 아동문학상 수상작인 이 동시집은 전병호 심사위원의 심사평에서 "신난희 작가의 작품들은 맑은 동심을 드러내는 특징을 보여주며 반짝반짝 빛나는 생각과 말로 시행에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라고 평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시들이 좋았다. 참 당차고 명랑한 아이들이 등장해서 더 좋았다. 크고 넓고 빛나는 꿈이 보여서 더 더 좋았다. 따듯한 정서가 듬뿍 담겨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다정해졌다. 좀 좋은 어른으로 살고 싶어졌다. 큰 마음을 나눠 주신 신난희 작가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