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말라가 주민이 알려 주는 타파스 주문 꿀팁
2017년 교환학생으로 1년간 몸담았던 스페인 말라가(Málaga)가 올해 에어비앤비가 추천하는 최고의 여행지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많디 많은 스페인 해변도시 중 하필 말라가라니? 다른 여행지를 제쳐두고 이곳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구) 주민으로서 도출한 말라가의 매력은 세 가지이다.
1. 사시사철 완벽한 햇살과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 해변
2. 스페인 타 관광도시 대비 착한 물가
3. 최고의 지중해식 타파스
이러한 장점들을 되새기며, 새해를 맞이해 오랜만에 말라가에 들러 보았다. 여전히 푸르디푸른 하늘과 저렴한 물가는 물론, 추억의 타파스 바들이 나를 감동시키는 제2의 고향.
오늘은 말라가에서 내로라하는 타파스 바 세 곳을 소개하며, 스페인의 타파스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꿀팁까지 전수하려고 한다. 모두 스페인 남부로 떠날 준비되었는가?
Tip #1
적은 양에 다양한 타파스를, 핀쵸(Pincho)
먼저, '핀쵸'로 유명한 타파스 바 까사 롤라(Casa Lola)로 떠나 보자. 스페인의 저녁식사 피크 시간은 대체로 저녁 8시부터 밤 11시까지이다. 한국에 비하면 늦디 늦은 시간에 식사를 시작해 느긋하게 음식을 즐기는 편이다. 이 점을 노려 저녁 7시경 방문하였더니 예약 없이 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많디 많은 핀쵸 중 겨우 네 가지를 추려 주문을 마쳤다. 여기서 핀쵸란 무슨 뜻일까? 바게트 등의 투박한 빵을 손가락만 한 크기로 썰고, 그 위에 다양한 재료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 작은 타파스를 핀쵸 또는 몬따디또(Montadito)라고 부른다.
까사 롤라의 경우 메뉴판 상 이십여 가지의 핀쵸를 보유하고 있었고, 육류와 해산물 등 안달루시아의 신선한 식재료를 독창적인 레시피로 조리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문어와 이베리코 항정살, 새우 핀쵸 모두 훌륭했지만 나의 '최애' 타파스는 버섯 치즈 핀쵸. 꼬득한 식감의 말린 버섯과 치즈를 올린 바게트를 굽고, 여기에 주정강화주인 베르뭇(Vermut)을 곁들여 먹으니 식재료의 진득한 향이 배가되어 술을 마구 당기는 맛.
식당과 식재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의 핀쵸는 1~3유로의 착한 가격으로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두 가지만 먹어도 은근히 배가 차니, 말라가 여러 바를 순회하며 대표 핀쵸를 조금씩 시도해 보는 도장 깨기 투어 역시 쏠쏠한 재미가 있다.
Tip #2
'이 지역의 술과 음식'을 추천받자
두 번째로 찾아갈 타파스 바는 엘 핌피(El Pimpi). 옛 성곽인 알카사바(Alcazaba) 뷰를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어, '말라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뷰를 지닌 식당'으로 손꼽힌다.
엘 핌피는 안달루시아 전통 음식과 파인 다이닝, 간단한 타파스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각기 분리되어 있다. 때문에 그날그날 당기는 메뉴 및 약속 TPO에 맞추어 여러 차례 방문하며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엘 핌피에 방문한 이유는 '안달루시아식 음식'의 정수를 맛보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서버에게 안달루시아 지역 술과 음식 추천을 요청하였더니, 초록색 병맥주 '알람브라 레세르바(Alhambra Reserva)'를 제공해 주었다. 무덥고 습하기로 유명한 스페인 남부 기후에 어울리는 청량하고 깔끔한, 초저녁 바람 같은 맥주.
뒤이어 제공된 음식들 역시, 확실히 '안달루시아스러운' 메뉴였다.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샐러드 중 하나는 엔살라다 루사(Ensalada Rusa)이다. 이름과 달리 러시아와는 특별한 연관이 없다고 하는데, 마요네즈 소스에 감자와 콩 등 채소를 버무려 든든하고도 부담이 없는 애피타이저이다.
이 식당의 경우 일반적인 레시피에 신선한 오렌지를 가미해 상큼함을 더했다. 더불어, 말린 대구살인 바깔라오(Bacalao)를 부드럽게 으깨 넣어 씹는 재미와 눅진한 향미가 일품이었다.
더불어, 소 볼살 요리인 까리야다스 데 바까(Carrilladas de Vaca)에 말라가산 와인 소스를 끼얹은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소 볼살은 다른 부위에 비해 쫀득한 식감과 기름진 맛이 특징이라 쉽게 질릴 수 있지만, 말라가산 와인이 감칠맛과 풍성한 향을 끌어올려주기에 마지막 한 조각까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길 수 있었다. 가장 안달루시아스러운 한 상을 추천한 까마레로의 안목에 치얼스!
Tip #3
스페인 음식은 짜다고?
꼰 메노스 살(Con menos sal)
마지막으로 방문할 타파스 바는 엘 타페오 데 세르반테스(El Tapeo de Cervantes)이다. 이 식당은 말라가의 유서 깊은 극장인 떼아뜨로 세르반테스(Teatro Cervantes)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엘 타페오 데 세르반테스는 늦은 시간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는 타파스 바로, 투박하지만 '킥'이 있는 독특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자마자 '아뿔싸!'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 분들이 입을 모아 불만을 토로하는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음식이 너무 짜다'는 것. 엘 타페오 데 세르반테스의 이베리코 항정살 위에도 굵은소금이 빼곡히 뿌려져 있었다.
염도가 높은 음식을 기피한다면, 음식을 주문할 때 잊지 말고 '꼰 메노스 살(Con menos sal)'이라고 외쳐 보기를. 소금을 적게 넣어 요리해 달라는 뜻이다.
가끔 신 살(Sin sal)이라고 말하는 관광객도 있지만, 이는 '소금을 빼고 요리해 달라'라는 뜻으로 주방장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 아무래도 소금을 아예 넣지 않고 요리하기란 불가능하니까.
다행히 뒤이어 나온 주꾸미 구이 요리 치피로네스(Chipirones)는 간이 강하지 않았다. 사실 스페인 요리, 특히 안달루시아 요리는 간혹 염도가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한국인의 입맛에 아주 잘 맞는 편이다. 신선한 고기와 해산물, 그리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와 마늘을 듬뿍 사용해 감칠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꼰 메노스 살'만 기억한다면, 당신도 지중해식 레시피의 매력을 200% 즐길 수 있다.
스페인 각지에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도시들이 많디 많지만, 그중에서도 말라가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훌륭한 타파스들을 착한 가격에 양껏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르하, 그라나다, 론다, 세비야 등 안달루시아 내 유명 관광 도시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는 말라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한산해졌던 말라가에도 다시금 생기가 돌고 있다. 2023년에는 여러분도 말라가에 방문해 황금빛 햇살과 푸르른 바다를 만끽하고, 한낮의 더위를 씻어내리는 생맥주 한 잔과 타파스를 즐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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