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쉬지 마 굴 식어
1월의 멕시코시티는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습니다. 한국 기준 4월 또는 11월 날씨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이상하게 저는 극도록 추운, 또는 화가 날 정도로 더운 계절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는 것 같더라고요. 그 시절의 온도와 풍경이 저의 머릿속에 아로새겨져, 당시의 추억까지 공감각적으로 반추하게끔 돕는 듯합니다.
2022년의 저는 버는 돈을 족족 '시발비용'으로 써버리곤 했습니다. 매일 12시간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내다 보니, 이상한 반발심리가 들어 스트레스 해소용 여행을 한 달에 한두 번 떠나는 버릇이 생겼거든요. 새해가 갓 지난 1월의 어느 날, 배달어플을 켜듯 스카이스캐너를 열어 가장 가까운 해변 도시인 푸에르토 바야르타(Puerto Vallarta)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멕시코 제2의 행정 도시는 할리스코 주의 과달라하라(Guadalajara)입니다.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과달라하라에서 차를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해변이자, 멕시코 내 타 휴양지에 비해 유명세가 덜해 한적하고 평화로운 바캉스를 보낼 수 있는 곳이죠.
제가 방문해 본 중남미의 해변도시 중 가장 ‘야생적인’ 바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인데요, 카리브 해변은 잔잔하고 투명한 수채화를 연상시킨다면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거칠고도 화려한 유화를 연상시켰습니다. 감히 ‘남태평양의 골드 칩’이라고 부르고 싶은 푸에르토 바야르타, 오늘은 이 황금 같은 도시의 매력 포인트 세 가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1. 동화마을 같은 센트로(Centro)
푸에르토 바야르타 시내의 첫인상은 ‘레고 마을 같아!’였습니다. 장난감처럼 오밀조밀한 작은 집 모형들이 해변을 마주한 산책로에 즐비해 있었기 때문이에요. 연말연시를 맞이해 시내의 가게들의 홍보 수단과 플리마켓 부스로 이용되었던 모형 집들이지만, 여행 성수기와 멕시코 주요 공휴일에 맞추어 이 도시에 방문한다면 종종 마주칠 기회가 생길 듯합니다.
크리스마스가 갓 지난 해변 마을의 색감이란! 후끈하고 습한 공기와 알록달록한 모형 집들이 묘하게 맞물려, 이상하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은 꿈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색색의 집 모형이 아니더라도, 푸에르토 바야르타는 도시 모든 곳에서 색채가 뿜어져 나오는 바다마을입니다. 가장 유명한 관광 포인트 중 하나는 성 과달루페 성당(Iglesia de Nuestra Señora de Guadalupe)입니다. 역사가 백 년도 채 되지 않는 젊은(?) 유적이지만, 멀리서부터 관광객을 사로잡는 왕관 모양의 첨탑과 장밋빛 외벽이 마치 동화책의 삽화 같아요.
더불어, 푸에르토 바야르타 센트로의 모든 가로수는 야자나무입니다. 짙은 색을 띤, 두툼하고 넓은 야자 이파리 덕에 도시의 분위기가 한층 더 건강하고 싱그럽습니다. 볕 좋은 오후,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해변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걸음걸음마다 넘치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2. 신선 그 자체! 저렴한 해산물
제가 거주했던 멕시코시티는 해산물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바다마을을 여행할 때면 무조건 매끼 해산물 요리를 주문하곤 했어요. 푸에르토 바야르타에서는 길거리 포장마차부터 뷰 좋은 유명 식당까지 다양한 레스토랑에 방문했고, 어디에서 해산물을 맛보든 만족도는 1,000%였답니다!
그리고 푸에르토 바야르타 여행에서 이틀 연속으로 들른 식당은 노천 석화 포차(?)입니다. 나름 구글맵에 상호명이 등록되어 있는 정식 식당이랍니다.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 바로 위에서 신선한 석화 플레이트와 생과일 살사를 만들어 주는 곳이에요. 제가 방문한 2022년 기준 석화 열두 개에 150페소(약 7.5달러)로, 가성비는 물론 맛과 비주얼까지 엄지 척!
3. 낮에도 밤에도 빛나는 해변
멕시코 휴양지 최고의 묘미는, 역시 따끈한 모래사장 바로 위에서 마시는 코로나 맥주죠. 멕시코 대부분의 휴양지가 그러하듯,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주요 해수욕장들에도 각종 바와 식당들의 파라솔 테이블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눈과 귀가 뻥 뚫리는 파도를 배경 삼아, 라임 한 조각을 끼운 코로나 맥주를 마시고 있노라면 평온과 음악만이 가득한 이세계에 불시착한 듯 묘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숙소에서 시에스타를 즐기다가도, 식사를 마칠 즈음에도 해 질 녘이면 바로 해변으로 뛰어가곤 했답니다. 잘 익은 망고빛으로 물드는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석양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아름다운 장면을 남깁니다. 해가 완전히 지더라도, 파라솔의 붉은 조명들이 또 새로운 장관을 이루니 아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낮에는 뜨겁게 달궈져 맨발로 걷기 힘든 금모래사장도, 해가 지면 서늘하게 식어 부드러운 촉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달이 뜰 무렵 더욱 다정해지는 푸에르토 바야르타의 해변은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노래 제목을 연상시켰습니다.
여러분이 지구 반대편 중남미에서, 그것도 30도를 웃도는 습하디 습한 해변 소도시에서 연말연시를 맞이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나요? 생명력과 활기가 넘치는 해안선을 따라 마음 가는 대로 걷고, 더위에 지칠 때 즈음 맘에 드는 노천 바에 앉아 꼬로나 꼰 리몬(라임 조각을 꽂은 코로나 맥주)을 들이키며 '해피 뉴 이어!'를 외쳐보고 싶지 않나요?
아는 이 하나 없는 작은 휴양지에서 '뜨거운 크리스마스'의 흔적을 선명한 사진처럼 마음속에 담아 올 수 있는 푸에르토 바야르타. 보다 '멕시코 스러운' 바닷마을이 궁금하다면, 여권과 작은 배낭 하나만 챙겨 지금 바로 떠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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