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만난 사람들
밤에는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고, 또 낮에는 50도까지 올라가는 극단적인 땅을 아시나요? 12만 년동안 비가 오지 않은 계곡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온 대지가 말라붙어, 미생물조차도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죠.
세로로 길쭉한 칠레에서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은 비행기입니다. 물론 산티아고에서 아타카마 사막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어요. 하지만 8-9만 원에 육박하는 버스표를 구매해 24시간 동안 버스에 갇혀 이동하느니, 차라리 한 시간이 소요되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편이 낫겠죠. 심지어 36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SKY 에어라인을 이용할 수 있었답니다!
외계 행성을 닮은 아타카마, 이곳은 실제 화성 표면과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에서 사용할 기기들을 테스트하는 장소로 쓰인다고도 하네요. 이토록 낯설고 삭막한 땅, 하지만 저는 이 메마른 사막에서 가장 따뜻한 이들을 만나 이틀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1. 십자가 언덕에서 맥주 한 잔
아타카마 버스터미널에서 직원과 말이 통하지 않아 고통받는 한국인 언니들을 득템(?)했습니다. 표 사는 것을 도와준 덕에 맛있는 저녁밥도 얻어먹고, 나름 유명한 십자가 언덕에 같이 가자고 꼬드겼습니다.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어 보니, 이들은 한국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다 남미 여행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아타카마 시내에서 20여 분간 걸으며 노을을 감상하다 보면, 다소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십자가가 나옵니다. 끄루스 파팔(Cruz Papal)이라는 이름의 십자가 언덕에 온 이유는, 늦은 저녁 이곳에서 바라보는 별이 쏟아질 듯 아름답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름이 너무 많아 별똥별 꼬리조차 보지 못했죠...
다행히 저희만 허탕 친 것이 아니었어요. 별구경에 실패한 외국인 가족이 괴상하고 멋진 기념사진도 찍어 주었고, 노을을 보며 시원한 맥주도 신나게 들이켠 후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2. 사막에서 즐기는 코스요리
칠레는 사막과 빙하 투어로도 유명하지만, 또 한 가지 중남미에서 명실상부 '1위'로 자리매김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맛없는 음식'이죠. 칠레에서 거주하던 지인이 페루에 올 때마다 하루 5끼를 해치우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양념과 조리법이 천편일률적이고, 케첩과 마요네즈 외에는 별다른 소스 역시 존재하지 않더라구요.
그럼에도 이 사막에서, 산티아고에서 맛보는 파인다이닝보다 맛있는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하여 Baltinache Restaurante에 들러 보았습니다. 이곳은 아타카마 토박이인 호스텔 사장님이 극찬했던 식당이었는데요, 외관은 여느 아타카마 식당처럼 흙벽을 쌓아 올린 평범한 비주얼이었습니다.
3코스 저녁 식사를 주문하며, 목소리가 차분하고 다정한 서버 분께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해 달라'라고 부탁했습니다. 남미 건조 지대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곡류, 허브 위주로 구성된 식사는 깔끔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었습니다.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인 메뉴는 없었으나, 메뉴가 하나하나 서빙될 때마다 이 음식의 조리법과 산지에 대해 설명해 주는 서버 분 덕분에 비로소 식사가 100% 완성되는 듯했죠.
3. 은하수를 바라보며, 아타카마에 치얼스
아타카마를 떠나기 전, 십자가 언덕에서 미처 보지 못한 은하수를 즐기고자 '별구경 동행'들을 급히 구했습니다. 거대한 동물 모형을 타고 다니는 축제 행렬을 뚫고 동행 분들과 겨우 접선할 수 있었습니다.
아타카마에 살고 계신 동행 중 한 분이 차를 몰고 나오셔,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 현지인들도 모르는 호수인 라구나 쎄하르(Laguna Cejar)에 다다랐습니다. 도시의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오직 별과 우리만을 위한 공간이었죠.
DSLR로 처음 찍어본 별 사진인데, 봐줄 만한가요? 동행들과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 주고, 어린 시절 이후로는 처음 보는 은하수 역시 눈과 마음에 가득 품었습니다.
이 동행 분은 차에 와인잔을 싣고 다니시더군요. 향긋한 칠레 와인과 별빛을 담아 치얼스! 수다와 알코올로 칠레에서의 마지막 날을 갈무리하며, 옛날 옛적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사막에서는 사람은커녕 어떠한 생명체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지만, 수십 년간 오지 않던 비가 몇 분에 걸쳐 쏟아지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때를 틈타, 휴면 상태였던 꽃씨들이 순식간에 발화해 모래밭이 갖가지 색의 융단으로 뒤덮인다고 하죠. 죽어 있는 땅인 듯 보여도, 사실은 지구상 그 어떤 곳보다도 큰 잠재력을 품고 있는 거예요.
그 흔한 사막 투어도, 광산 투어도 하지 못했지만 혼자 떠난 여행에서 수많은 꽃씨들을 만나 더욱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이틀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수분이 필요한 순간, 세계에서 제일 건조한 땅으로 떠나 보세요. 당신이 언제 오더라도, 아타카마는 비현실적이고 경이로운 표정으로 당신을 맞이할 거예요.
*더 많은 여행기는 띵시의 블로그를 참고해 주세요!
인스타그램 instagram.com/things.ee/
네이버 블로그 blog.naver.com/jerry9641
네이버 인플루언서홈 in.naver.com/coreanola
유튜브 youtube.com/channel/UCCkIIIO8L63_hi1DJG67pbA
이메일 jerry964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