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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Jan 09. 2024

결국은 다 정해져 있으면서

하루종일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을 한참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아무도 관심 없고 나만 아는 일들인데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할까?'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올라탄 기차의 창 너머로 해가 일렁이며 떠오르는 걸 보자니 괜히 웃음이 계속 났다.


사람들이 해가 뜨는 것을 보러 다니는 이유가 이걸까. 내가 가진 이 것들이-고민이든 감정이든-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어떠한 형태의 해방과 같아서?


이어폰을 꽂고 괜히 몇 년 전에야 듣던 노래를 틀었다. 새해의 싱숭생숭함인지 정착하지 못한 불안감인지 모를 애매한 감정이 뒤섞인다.


입김을 후 하고 뱉어본다.


곧이어 온 버스 좌석에 구겨져 앉아서 밖을 구경하는데 서서히 날이 밝아왔다. 이어폰 한쪽을 빼고 주변 소리를 담고 있자니 도리어 현실 감각이 흐려졌다.


띵동-


정류장에 도착하는 소리가 몇 번이고 울리고 가고자 했던 곳에 도착했을 때, 보이는 낯선 풍경은 내가 고민해 오던 익숙한 공간과 확연히 다름을 와닿게 만들었다.


'아무 생각하지 말자.'


홀로 내뱉고는 소화해야 하는 일정을 치러나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돌아온 역. 기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다 지켜본 사람들, 풍경들, 심지어 비둘기들까지. 갑자기 모두 애틋해져서 웃음이 났다.


그랬구나.


나는 세상을 사랑하고 싶어서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발버둥 치고 있었구나.


기차역 한가운데에서 청승맞게 울기 싫어서 이를 꼭 물었다.


그랬던 거였구나. 결국 결과는, 또 답은 다 정해져 있는 거였는데. 그 한마디가 다가오자 문득 허탈했다. 별 거 아닌 것들을 그게 뭐 별 거라고 붙들었나.


그래서 이미 나와 있는 답을 뱉었다.


그만하자고. 노력 같은 거.


그냥.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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