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이지만 주식을 하지 않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호주에서는 한국 주식을 하는 분들은 많지 않아서 삼성 전자 주가가 5만 원이 되었다는 기사가 주는 충격이 교민 사회에 덜하긴 합니다. 이렇게 5만전자가 되었다고 여기저기서 요동치니 아무리 증권 투자에 관심이 없더라도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하긴 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다는 삼전 주식이니 고국에서 오는 돈으로 굴러가는 시드니 이민자 사회이기에 멀리 보면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10만 원을 넘보던 주가가 5만 원 수준까지 내려갔다니 회사 가치가 절반이 된 셈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주가 등락이라기보다는 이제 최첨단 컴퓨터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이 큰 흐름을 타지 못했다고 전망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컴맹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지금 그 시장은 가장 중요하며 가장 비싼 두 부품으로 꼽는 CPU랑 GPU (그래픽카드)를 독점하는 인텔이랑 엔비디아가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K 하이닉스는 엔비디아랑 손잡았지만 삼성은 기존에 큰 고객이며 경쟁사로 애증관계인 애플이 슬슬 삼성 부품 하청을 줄인다 예측따위로 타격 받고있습니다. 우리 같은 개미는 그런 거인들 생각이나 판단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저 불안할 뿐입니다.
구글 2대 CEO, 에릭 슈밋
주식은 몰라도 사회생활에 큰 지장이 없지만 AI 없는 대화는 이제 찾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AI를 떠듭니다. 누가 맞는 것인지도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어제 전 구글 CEO 에릭 슈밋 선생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슈밋 박사가 가진 특수한 입장이 있기에 이 분이 말하는 것에서도 걸러 들어야 할 지점은 있지만 한 번쯤은 새겨 들어 봄직합니다.
우선 에릭 슈밋이라는 사람부터 대강 보면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등에서 최고위직을 거친 컴퓨터 엔지니어로 월급 받아 재벌 된 사람인데 단순히 기술 공학자를 넘어서 미국 정부에서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수장 직함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히 정계 재계를 넘나드는 거물 중에 거물입니다. 우리에겐 북한에 방문했던 것으로도 유명하고요.
에릭 쌤이 말하는 골자 세 가지 중에 기억나는 것을 제가 이해한 수준에서 요약해 보겠습니다.
1. 5년 안에 우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지금 인간은 실로 막대한 정보랑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최고 전문가는 결국 자기 연구 분야에서만 최고라는 것입니다. 가령,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학자라고 해도 자신이 평생 연구한 분야가 아닌 다른 화학 분야는 잘 모른다는 말입니다. 누군가 세상에 수학자는 없다고 한 말이랑 비슷합니다 (대수학, 위상수학, 해석학, 기하학, 정수론 등등 자기 분야만 전공한다는 말입니다).
태권브이 김박사
인간은 이렇게 각 분야에서 최고로 단련된 기술이랑 자료를 AI에 입력하여 진정한 전문가 진짜 화학자, 진짜 수학자, 진짜 물리학자를 만들 것이며 종국에는 학문 간 장벽도 넘어 답을 줄 수 있는 진정 완벽한 'AI과학자'를 만들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태권브이에 나오는 김박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한 개인이 거대 로봇 설계부터 엔진 시공, 제작, 도금, 색칠까지 모두 할 수 있는지 말이 되나 싶었지만 그를 돕는, 모든 분야에 최고인 AI 깡통 로봇이 쉬지 않고 김박사가 계획한 의도를 실현하게 됩니다.
이렇게 완벽한 AI과학자는 우리가 이룩한 모든 업적, 지금은 파편으로만 존재하지만 이것을 한 번에 연결해서 보는 능력에그것을 24시간 발전시킬 능력도 있습니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지구 온난화, 환경오염, 생태계 복원, 암 극복, 희귀병 치료 등 산적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합니다. 듣기만 해도 달콤합니다. 좋은 소식은 여기까지이고요.
2. Agent
에릭 쌤은 앞으로 각 개인은 그런 깡통 로봇을 가지게 될 것이며 이를 Agent라고 불렀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스마트 폰이라는 각자 요구에 맞는 agent를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5년 안에 극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늘 하는 질문, AI가 우리를 넘어서고 인류를 파멸시키는 시점 (특이점)을 예측하는 내용이 인터뷰에 나옵니다. 특이점은 각 agent들이 주인인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개발하여 자기들끼리 대화를 시도하는 순간이다라고 정의합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pull the plug" 코드를 뽑는 것이며 그전에 정부 규제나 대기업들 규제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차피 이런 특이점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몇 개월 전부터 슬슬 징후가 보일 것이며 과학자들은 불김함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때가 오면 과감하게 뽑아야 한다는 논리이죠.
3. 수족
테슬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진정한 Agent가 되려면 전화기 속에서 말로만 떠드는 수준을 넘어야 합니다. 팔다리가 있는 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테슬라에서는 나왔고 가격은 계속 낮추며 성능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피터팬이 팅커벨을 달고 다니는 식으로 AI를 탐재한 휴머노이드 agent를 하나씩 달고 다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올 것이라고 확신하더군요.
대략 이런 내용으로 기억하고요. 그럼 지금부터는 제가 생각한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에릭 슈밋
이 강연을 한 슈밋 박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불완정성이 있습니다. 그도 인간입니다. 이미 수많은 실언, 실수를 해왔고 그가 이끄는 구글은 AI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이 중론입니다. 그렇게 잘 아는 분이면 지금 구글이 그 모양..
에릭은 단순 과학자도 기업인도 아닙니다. 반은 미국 정부를 대변하는 공무원이며 정치인 같은 느낌도 줍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에릭 쌤이 말하는 것에 깔린 전제 조건은:
미국이 AI 기술 최고다.
미국은 정부도 기업도 착하다
그렇기에 미국이 이를 계속 독점해야 한다.
이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현재 유럽이랑 일본은 이 생태계에서 탈락했습니다. 한국은 아예 언급도 없고요. 에릭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중국입니다. 중국 슈퍼 컴퓨터가 세계 최강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입니다. 에릭이 강조하는 것은 '중국 자신들이 발명한 신 AI 기술은 간단하게라도, 최소한 무얼 발명했는지라도 미국에 알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미국이랑 중국 당국은 이 시장을 선도하기에 서로는 협업이 필요하며 (이란이나 북한 같은 악마에게는 비밀로 하더라도) 어떤 기술이 탄생했는지 정도는 말을 해주고 시장에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로서 중국이랑 미국은 서로를 견제하고 공동 발전하며 특이점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논리로 착한 미국을 이겨보겠다는 심보만 앞서서 몰래 개발하다 누구도 감당 못할 특이점을 중국이 불러올 거라는 식으로 경고합니다.
그 뒤에 감춰진 듯한 것은 미국은 자유주의 체계라서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오픈 소스 형태로 시장에 노출이 되는 반면 중국은 당국 통제로 그런 오픈 소스를 흡수만 할 뿐 무슨 진보를 이루었는지 비밀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상황이 무척 불공정하며 불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 과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제 지난 글에서 수 차례 다루었지만 글 쓰는 부분, 특히 새로운 기표를 만드는 창작 영역에서는 무의식이란 없는 AI가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AI가 멍청하다 똑똑하다, 혹은 착하다 나쁘다는 판단이 아니고 그냥 우리랑 다른 부분에서 잘하는 것이 있을 뿐이라고요.
가령, 유도를 예로 들겠습니다. 제 경험상 의견을 드리자면 유도는 배우는 기술이랑 시합에서 사용하는 기술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주짓수랑 다른 점입니다. 주짓수는 배운 것을 그대로 시합에 적용가능하지만 유도는 (마치 품세처럼) 동작은 먼저 익히고 시합에서 사용할 기술은 코치에게 따로 배우는 노력이 필요하니 우리 초보들 입장에선뭐가 맞는지 늘 헷갈립니다. 조준호, 조준현 코치들하고 제가 늘 세미나하는 것도 이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함입니다.
일본 -66 남자 대표, 마루야마 선수
만약 AI에게 유도를 잘하는 방법을 묻는다면 AI는 지금 주류가 하는대로 익히기랑 시합술을나눠서 지도할 것입니다. 익히기 기술이 가진 문제는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것 입니다. 익히기에서 말하는 방식은 물리학이나 해부학을 역행하는 방식이라 S급선수들도 실연할 수 없는 동작입니다.
국가대표 1진 S급 선수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배웠고 현재 자신도 후배들을 그렇게 투트랙으로, 익히기따로 시합기술따로 지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낭비가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선수들 외침은 작게 존재하기에 AI는 주류가 말하는 지금 방식을학습해서 전달할 것입니다.
3. 다른 수족, 다른 검증
유도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AI가 휴머노이드 몸체를 가지고 이 문제를 스스로 검증해 보려 노력한다면 과연 답을 얻을까요? 휴머노이드가 아무리 인간 몸을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분명 다를 것입니다. 만약 자신들은 그대로 해서 성공했으니 우리 인간더러 따라 해 보라 치면 우리가 가능할까요?
팔다리를 쓰는 유도 논의는 보이기라도 하지 무의식에 개인 무의식이랑 집단 무의식이 분리되어 있느냐는 문제 따위로 나아가면 그것은 보이지도 않고 검증 절차도 애매합니다. 무엇보다 무의식이 있을 수 없는 AI로서는 이 문제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도 모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에는 없지만 에릭 쎔이 주로 이야기하는 주장이랑 다른 점 하나만 추가하고 끝내겠습니다. 에릭은 AI가 앞으로 대체할 직업이 단순 반복 노동이며 소위 전문직이라는 자리는 끝내 안전하다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례나 일부 과학자들은 그 반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다양한 의사소통 능력을 기본으로 몸을 주로 사용하는 직업들만이 남을 것이라고요.
산업연구원 “AI가 국내 일자리 327만 개 대체…60%는 전문직”
제가 이런 AI 이야기를 하는 진짜 의도는 무얼까요? 정말로 AI관련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일까요? 이렇게 미래를 예측하려는 일은 굳이 AI 주제가 아니라도 평생 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느 대학을 가지? 어떤 회사에 들어갈까? 사업을 하면 돈을 벌려나? 어떤 아이템이 좋지? 어떤 여자를 만나야 행복할까? 어디에 투자를 해야 수익이 좋으려나?
AI타령은 이런 논의 중에 그냥 하나일 뿐입니다. 이렇게 불안한 삶을 살다 보니 한편으로 나는 앞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일까 가늠하면서 남들이랑 비교도 해봅니다. 적어도 나는 이런 생각이라도 하는 놈이니 설마 남들보다 못하랴 근거 없는 자존감이 피어오릅니다. 이런 얄팍한 감정들이 뒤섞여 이렇게 또 글 한 편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