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모여 에어컨을 켜고 잤어
큰 이쁜아!!
너무 덥다!!!
엄마는 출퇴근도 자동차로 하고 회사에서는 종일 사무실에 있으니까 잘 몰랐는데,
요즘 폭염에 열대야라더니, 밤에 얼마나 습하고 더운지 몰라.
너는 어때?
잔소리 같아 지겹겠지만, 냉방병 걸리지 않게 조심 또 조심!!!!
저녁에 퇴근하고 아빠랑 작은 이쁜이랑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아빠는 식사 준비하느라 이미 땀으로 샤워를 했고 엄마도 뜨끈한 해장국을 먹으니 땀이 슬슬 나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땀난 김에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한 다음에 샤워를 했어. (물론 너 없는 네 방 청소도 매일 하고 있지 ^^)
그러고 나서 선언했지.
"오늘 밤은 안방에서 에어컨 키고 다 같이 잔다!"
에어컨 절대 못 켜게 하는 작은 이쁜이도 더위에 지쳤는지 별 수 없이 수긍하더라.
드디어 밤 10시!! 각자 쉬고 있던 식구들이 안방에 모였어.
두근두근하며 리모컨을 에어컨을 향해 치켜들고 전원 버튼을 눌렀지.
아~~~ 그래! 바로 이거야, 이 시원함이지!!
선풍기까지 틀었더니 금세 방이 시원해지길래 리모컨을 눌러서 온도를 조정하려고 했어. 그런데, 어라? 리모컨이 고장 난 건지 에어컨이 고장 난 건지, 전원 온/오프만 되고 나머지 기능이 안 된다. ㅠㅠ
다행히 쾌적 온도 기능에서 에어컨이 작동하고 있어서, 얇은 이불을 덮고 자니 그리 춥지 않게 느껴졌어.
선풍기는 끄고 바람은 천장을 향하게 한 다음 잠이 들었지.
아빠는 어디서 잤냐고?
침대랑 화장대 사이에 매트를 깔았더니 지원이랑 아빠랑 서로 거기서 자겠다고 한바탕 투닥거리다 같이 잠들었어 ㅎㅎㅎ
식구들 지낸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한 것 같아 미안.
엄마는 우리 아들이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노력하고 있을지 당연히 잘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걱정만 하는 것보다는 즐거운 이야기 들려주면 너도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인데,
맘에 안 들면 그렇다고 엄마한테 이번주 토요일에 전화할 때 얘기해 줘.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를,
마음이 느슨해지려고 할 때 곧 다잡을 수 있는 마음이 자라기를,
너한테 맞는 공부법과 지구력이 생기기를 기도할게.
그리고, 오글거리는 엄마 편지를 계속 즐거운 마음으로 기쁘게 읽어주기를...ㅋㅋㅋ
사랑하는 우리 아들,
오늘도 너에게 좋은 하루였기를 바라.
편안한 밤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