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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May 01. 2023

입술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안젤리나 졸리 입술을 부러워한 적이 없는데도 그렇게 됐다. 며칠 전 옻순을 먹었기 때문이다. 입술만 부은 게 아니라 예전에 옻이 올랐던 부위들에 다시 발진이 일어났다. 게다가 새로운 부위에도 가려움이 시작됐다. 경험으로 보건대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완전히 낫기까지는 2~4주 정도 걸린다. 사실 약이라고 해 봐야 스테로이드제이니 증상 완화를 시킬 뿐이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약을 먹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작년부터 옻칠의 매력에 빠져 옻 작업을 하고 있다. 옻과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다 보니 소위 옻에 대한 면역력이 점점 좋아짐을 느끼게 되었고 옻칠 작업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사라졌다. 내가 생각하는  마지막 관문이 옻순을 먹는 것이었는데 지난 주말 그걸 시도했다.


옻순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잎이 여릴 때 옻의 진액이 아직 충분히 돌지 않아 독성 물질인 우루시올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을 뿐이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 사람에 따라 알러지 반응이 생기게 된다. 나 역시 생칠에 민감한지 반응이 나타났다.


사실 그럴 줄 알면서도 내가 옻을 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옻의 건강 기능성 때문이다. 항곰팡이 항바이러스 항세균 등 엄청난 살균력을 발휘하는 능력이 있고,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등 몸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변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몸속 어딘가에 살고 있을 내가 알지 못하는 미세 기생충조차 사멸시킬 수 있다면 그깟 가려움쯤이야! 어쩌면 몸을 깨끗하게 하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가려움을 즐기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도 입술이 뚱뚱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은 당황스럽다. 예정된 강연날 전에 잦아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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