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것
지금은 차를 타고 다니니까
시선 처리가 불편할 일은 없지만
얼마 전 급한 일로-
꽉 막히는 거리를 가야했던 날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마주 보며
목적지로 향해 간다는 것이
그렇게 곤욕스러운 일이 될 줄은
저로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기에
내심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마 제 앞에 계셨던 분이
저의 당황스러움을 눈치챈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거든요.
한 점 오해라도 사지 않기 위해
시선을 왼쪽 대각선으로 올려두었지만,
그 역시 그 공간에 사람이 들어오면서
시선 둘 공간이 점점 협소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 야생동물이 인간의 개간에 따라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시선이 핀치에 몰릴 때쯤
열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시선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일이라 퍽 당황했지만
사실 시선 처리하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눈에 초점을 잡아두지 않고
사진을 찍듯이 바라보는 것을
꽤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
사람을 앞에 두고 대화할 때도
시선으로 사진을 찍으면
다음의 대화 소재를 생각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고
집중이 필요할 때는 잠시
눈으로 찍는 카메라를 꺼버리면
될 일입니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상을 동력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여전히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사진을 찍듯
시선 처리 해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과
무의식이 겹쳐들며
당신을 엄습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