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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Oct 29. 2024

잠 못 이루는 밤

밤 10시 15분 즈음에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그 뒤 기억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바로 잠들었나 보다.

요의를 느껴 잠에서 깨어나 탁상시계를 보니 자정을 조금 넘긴 때다.

그때까지 남편은 거실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다시 누우니 남편이 방으로 들어와 내 옆에 누우면서 말을 건넨다.

"출근 안 하고 교육받으니 마음 편하고 좋네요."

결혼하고 22년 동안 "출근하기 싫다."는 등의 표현 한 번 안 한 남편인데 막상 들으니 '고단함을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짠했다.

뭐라도 좋은 말을 해 주고 싶었는데 남편은 금세 잠들었는지 숨소리가 조용하게 규칙적으로 들렸다.


잠이 안 온다.

오늘, 아니 어제는 밀려드는 고객과 업무량에 지점 직원 전체가 영업 시작부터 마감 시간까지 정말 바빴기에 퇴근 후에는 저녁 식사를 가볍게 하고, 산책을 한 다음 일찍 잠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정 넘어 화장실 한 번 다녀온 이후로 2시간이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지금 시각이 새벽 2시 31분이다.)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고 팔과 다리는 편안하게 대(大) 자로 펴서 누웠다.

잠을 잔다는 생각 말고, 명상한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로 했다.

두서없이 오만 생각이 슝슝 쏟아져 나온다.

잊지 말자. 난 지금 명상을 하고 있다.

마음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보자. 

양을 세어보자.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은 온데간데없고, 또다시 팝콘 터지듯 잡념들이 튀어 오른다.

그렇다면 기도를 하자.

잡념을 태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온전함을 주십시오.

제가 편히 잠들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잠들고 나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 다시 잠에서 깨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내일 아침 5시 30분까지 푹 자게 해 주십시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내일을 위해, 아니 오늘을 위해 남은 시간, 제가 푹 자고 일어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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