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크고 작은 기업에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올 4분기에 시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미 8월에 회사가 힘들기 때문에 나가 달라고 하여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많은 직장인들이 느끼고 있을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에서 기인하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잘 이해합니다.
권고사직을 당하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제 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벌써 회사에서 나오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막막하더라고요.
재취업은 잘 될지, 만약에 안 된다면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본전은 뽑을 수 있을지…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들이 머리속에서 가시질 않더군요.
그리고 동시에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이 가슴 속 어딘가에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왜 내가 첫 권사 라운드에 나와야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나를 우선적으로 내보내는 원인은 아직 어려서 무엇이든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 인사팀장과의 대화가 자꾸 생각나면서,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직원들의 얼굴들이 떠올라 잊기 위해 안 마시던 소주도 들이켰답니다.
블라인드에서는 유언비어도 돌더군요. 최근 권사당한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을 했다라던지 그리고 저성과자였기 때문이었더라던지 등등…
그들이 모르는 건 필자는 여기 있으면서 2번 이상 S등급 평가 대상자였다는 사실을 말이죠. 다만 그때는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가 필자의 S등급을 가져갔지만 말이죠. 참고로 그분은 아직도 다니고 있습니다. 여튼 다시 돌아가,
회사에서 한 번 죽이고, 블라에서 두 번 죽이고, 이런 사정을 나로 하여금 주변에 설명하게 하여 세 번 죽이고, 이로 인해 나를 걱정하게 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겨 또 죽고… 권사를 경험하며 필자는 여러번 죽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쓰러져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한없이 작아진듯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돌아오는 월세, 관리비 그리고 식비 등을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고 행동해야 했습니다.
작년말에 결혼한 필자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책임져야할 사람이 생겼기 때문에시 다시 일어나야만 했죠. 그래서 살면서 처음으로 고용24에 접속해 실업급여라는 것도 알아보았습니다.
인스타에 자주 보이는 신혼부부의 해외 여행은 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고, 돌아오는 월세와 관리비를 앞으로 몇개월 정도 더 낼 수 있을지를 계산하고 있는 게 필자의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권고사직을 당한 8월에서 2개월 후 현재 필자는 와이프와 스위스 루체른에서 기차에 탑승해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냐면, 필자는 MBA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고 있었고, 금년 중에 힘들어 질 것을 예상하여 6~7월부터 이직을 위해 지원서를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에서 필자와 너무 잘 어울리는 직무로 일을 하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매서운 바람이 불어 정면으로 맞아도 미리 준비해온 사람에게는 길이 있더군요. 올 4분기에 많은 직장인 여러분들이 필자가 미리 겪었던 아픔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다만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여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