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AN Sep 08. 2023

#005. 균열

DIY FAMILY


우리 사이를 적당히 유지하던 심리적인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균열의 시작은 2022년의 늦봄, 혹은 초여름이었다.


일 년 넘는 타지생활에 지친 그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파키스탄에서 3달 정도를 지낸 후 돌아오고 싶어했다.

젊은 시절의 과로로 쇠약해지신 아버지와 사춘기를 진하게 겪고 있는 남동생을 돌보고

한국 병원에서 낫지 않는 목의 통증도 파키스탄에서 치료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적극 찬성했다.

그래, 여태까지 너무 고생했잖아.

부모님도 형제들도 만나고 푹 쉬다가 오면 다 괜찮아질거야.

걱정하지 마.

사실 그에게 한 말은 나의 마음 속, 작은 불안의 씨앗을 잠재우기 위해 한 말이기도 했다.


2달 뒤로 항공편을 예약한 후,

불안의 씨앗은 피부에 박힌 작은 가시처럼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 또한 그 나름대로의 가시에 고통받고 있던 것 같다.





그는 만날 때마다 나에게 물었다.

만약 무슨 일이 벌어져서 내가 파키스탄에서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그러면 너는 어떡할 거야?


나는 그 때마다 대답했다.

내가 널 만나러 가면 되지, 아무 문제 없어.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똑같은 질답이 여러번 오갔지만,

우리의 바램과는 다르게 

이 대화는 그와 나 어느 누구도 안심시켜주지 못했다.

그렇게 출국일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출국일이 일주일 남은 시점,

그의 인천 거주지가 갑자기 사라지게 되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다행히 마침 작업실로 사용하던 공간이 있던 나는

1주일 간 그를 작업실에서 숙식하게끔 초대했고,

그는 인천에서 남양주시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렇게 균열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004. 이 연애가 다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