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여기는 정말 외국계라고 할 수 있다.
팀 구조에 대해 말하자면, 한국 & 일본 시장의 자사 몰과 앱을 관리하는 팀이다.
정말 특이한 것은, 한국, 일본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는 점이다.
러시아인 매니저 등을 비롯해, 스웨덴, 우크라이나에서 온 팀원들이 있었고, 다른 팀에는 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조직.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들은 99% 이상이 한국화된 외국계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냥 영어 잘하는 한국인들을 뽑아서 본사와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게 중요한 그런 곳.
당연히 수평적인 문화, 열린 토론 이런 건 감지덕지다 - 어쨌든 다 한국인들 아닌가.
H사는 완전히 달랐다.
팀원이 매니저에게 진솔한 피드백을 할 수 있었고,
인턴이 대표에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으며,
개개인의 의견을 반드시 다 들어보고 결정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대학교를 외국에서 다녔다고 해도, 나도 한국인이다.
신세계였다.
이 회사에서 나의 첫 사수에 대해서 전에 대략 이야기하지 않았나.
우리는 서로 성향이 달라서 꽤 애를 먹고 있었다.
매니저가 잘 적응하고 있냐고 묻기에, 그녀 때문에 쉽지 않다고 했다.
매니저는 그녀에게 그 말을 전달했을 거다, 팀원 갈등 관리가 그들의 주요 업무 아닌가.
며칠 후, 그녀는 나에게 이야기를 좀 하자고 했다 (물론 직접 만나는 건 아니고, 화상 미팅 상에서의 대화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와서 내 얼굴 보고 직접 말했으면 좋겠어
솔직히 맞는 말이다.
단순히 외국 스타일이라 멋지다는 이런 게 아니고, 그게 서로의 오해를 줄이는 방법인 것은 맞으니까.
나는 대학 시절 처음 느꼈던 문화적 차이를 다시 느꼈지만, 그때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다.
이 글로벌한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나의 프로베이션 기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래도 어딘가에 정착했다는 느낌이 좋았다.
어느덧, 쌀쌀한 바람이 부는 초겨울이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