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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프로 구직러의 평안한 시간들

커피챗에서 추천받은 대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컨셉은 ‘언더독’.


원래도 반골 기질이 있었는지, 나는 늘 약팀을 응원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래서 이 컨셉이 내 성향과 잘 맞았고, 즐겁게 글을 쓰고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특히 브런치는 자체 심사를 거쳐야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을 통과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꽤 뿌듯했다.

뭐 하나 시작하면 꾸준히 해보는 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니까.


한편, H사에 적응해 가면서 커리어에서 가장 편안한 시기가 찾아왔다.

‘프로 구직러’의 삶에서 구직을 하지 않는 날이 올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평소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곱씹을 여유가 생겼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든 직장인들의 영원한 화두, “회사 안의 진짜 빌런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다.


내가 몸담았던 H사는 특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곳이었다.

한국 사회만 보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얽히며 온갖 갈등이 생겨나는데,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환경이라면 그 갈등의 폭과 결도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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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환경 속에서 내가 정의한 빌런의 기준을 몇 가지 풀어보겠다.


1. 부정적인 것의 전파력은 긍정적인 것의 100배 이상의 힘을 가진다.


그 당시 내가 속해 있던, 이커머스 조직의 구성원들은 대다수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한 긍정 하는 사람이다. 일단 마음이라도 그렇게 먹어야 일이 되든 말든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독 매사에 부정적인 타 부서의 높은 사람이 한마디라도 거드는 상황이 생기면, 그 균형은 빠르게 무너져 그 부정적 바이브에 감염됐다.

마치, 공들여 며칠 동안 쌓은 모래성이 작은 파도에도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빌런이라고 부를 만하다.


2.일이 아닌 다른 것에 지나치게 힘을 쏟는 사람.


회사에서 일만 할 순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로봇을 고용하고 말지.


사내 정치도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지혜롭게 잘하는 것도 '일을 잘한다'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선을 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유치한 드라마, 가십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참여하는 사람.

일에서 피드백을 들었을 때, 본인에 대한 인격적인 공격이라고 믿는 유치한 사람들을 대하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다.

이런 사람들도 빌런이라고 부를 만하다.


3. 그냥 무례한 사람.


말 그대로 그냥 X 싸가지 없는 사람들.

그들 역시 스스로의 문제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 과정이나 삶에서 겪은 특정한 사건들이, 지금의 언행과 행동을 만들어냈을 것이라 짐작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그들도 트라우마와 결핍이 낳은 피해자 일 거다.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 알 바는 아니다.


다 큰 성인들이 모이는 곳에서 그렇게 스스로 컨트롤을 못 하는 것 자체가 문제고,

또 더 나아가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촌극도 종종 발생한다.


무례함과 솔직함은 아예 다른 개념이다.


뭐 이런 나만의 기준으로 빌런들의 기준을 세우고,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그들과의 접점을 피하면서 나의 커리어는 꽤 순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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