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산 지도 거의 4년 정도가 되어갔다.
중간중간 몇 달씩의 의도하지 않은 공백기가 있던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한국 사회 대졸자들이 밟는 코스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머리가 크다' 라는 표현이 있다 - 어른처럼 생각하거나 판단하게 된다는 뜻.
고작 30대 초반의 내가 갑자기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는 뜻은 아니고, 회사에 다니는 물리적인 시간이 쌓이면서 슬슬 여러 가지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듯 정도가 되겠다.
그중에 가장 큰 의문점은 이거였다.
'회사는 내가 벌어다 주는 것만큼의 대한 보상을 해주나?'
뭐 기본 연봉은 입사할 때 내가 합의하고 들어가는 것이니 그려려니 할 수 있다.
나의 궁금증은 그 이후의 단계에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산업군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문과가 취업한다고 하면 영업, 마케팅이 대부분이다.
그 직무들의 가장 큰 목표가 뭐냐 - 무언가를 팔아서 '돈'을 버는 일.
일정 시간의 트레이닝의 시간을 거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그렇게 현업에 바로 투입되어 회사의 물건을 열심히 판다.
미시적으로 보면, 그 안에서 으쌰으쌰하면서 욕도 먹고 때론 칭찬도 받으면서 회사원으로서의 일을 톱니바퀴처럼 해낸다.
그러다, 조금 떨어져서 보니 우리들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H사에서 나는 홈과 스포츠 카테고리의 물건을 이커머스에서 열심히 팔았다, 여느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이 퇴근하고도 일 생각을 완벽히 떼놓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말이다.
그렇게 한 달에 몇억, 몇십억씩을 벌었다 - 내 개인의 인생에서는 만져본 적도 없는 금액의 돈.
특히,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특별한 주간에는 그 이상의 돈을 벌었다.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생각보다 회사에 큰돈을 벌어다 주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늘은 나의 실력을 다시 회사에 투자하는 이 구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회사원이 성향에 안 맞는 사람일까.
다 이렇게 사는 건데 나만 별나게 생각하는 걸까.
다소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금전적인 보상에서 오는 익숙함의 끝은 중독이 아닐까.
나이키에서 만난 친구가 이런 말을 한것도 기억이 났다.
넌 혁명가 기질이야
혁명가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 100세 시대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