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회사에서 밥벌이한 지 4년 정도가 되어갔다.
그 필드에서 직원들에게 복지라고 내세우는 것이 있다 - 자사 브랜드 구매 시 파격적인 할인 제공!
명품부터 spa 브랜드까지, 이 바닥에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11월의 어느 날, 내가 다니던 H사 그룹의 C 브랜드에서 파격 할인을 한다고 공지가 떴다.
직접 자신들 쇼륨으로 와서 이월 상품 등을 싸게 건져 가란다.
보통 25% 정도 했던 할인율도 대폭 올라가니 사람들이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나,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이런 날에는 팀끼리 같이 가자고 말을 맞추고 만나서 본격적인 쇼핑에 들어간다.
C 브랜드는 우리 회사 안에서 가장 비싼 브랜드다.
나도 몇 개 샀다, 주위 사람들 것도 사준다, 생색 내기 얼마나 좋은 껀덕지인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지금 회사에서 준 월급을 다시 회사에 돌려주고 있는 거 아님?
남이 하면 따라 하는 건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이다.
거기에, 우리 회사에서 우리한테만 주는 혜택이라고 한다면? 앞서 말한 인간의 본능에 소속감까지 건드리는 훌륭한 전략.
나만 해도, H사 전에 다니던 N사부터 소위 말해 대기업 브랜드가 주는 뽕을 맞아 평소였으면 안 샀을 것들을 잔뜩 샀다.
N사를 나온 후, 그 브랜드를 내 돈 주고 산일? 5번도 안 된다.
그 당시 무지성으로 샀던 옷과 신발들은 나의 잠옷이 되거나, 당근 판매 목록에 가면 확인 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이렇게 회사들은 교묘하게 똑똑하다.
특히, 월급 짜기로 유명한 패션 회사들은 이렇게라도 피 같은 돈을 다시 거둬 간다.
아주 젠틀하고, 우아한 방식으로.
역시 먼저 큰돈을 만져서 지금의 그룹을 이룬 그들의 돈 버는 스킬은 남다르다.
마치, 주식 시장에서 개미들이 큰 손들 앞에서 쪽도 못 쓰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