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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찬 Aug 20. 2023

설득의 시스템

오늘은 제목어그로 안 끌었죠?

저는 6월쯤부터? 소규모로 북클럽을 하고 있어요 (제가 진행하는건 아니고요)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데 강제로 루틴 잘 잡히고 좋은것같아요... 아무튼, 이번주 책은 "설득의 심리학" 이었는데, 책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다양한 설득의 케이스와 그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 (방법론) 들을 다루는 책이었어요.


오늘은요

저 책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저는 딱히 저 책에서 다룬 디테일 ex) "왜냐하면~" 을 붙이면 설득의 확률이 올라간다? 상대방을 모방하라? 같은 건 잘 모르겠고 피곤해서 사용하지도 못하겠고요. 제일 중요한 건 사소한 디테일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예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설득될, 그래서 원하는 일이 벌어질 확률을 조금 올려줄 수는 있겠지만, 확실하게 보장해주지는 않아요. 오히려 어설프게 사용하면 되려 확률을 낮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

생각해 보면 삶은 참 설득의 연속인 것 같아요. 생각보다 뭔가를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고, 혼자 할 수 있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조차 여러가지 이유로 막거나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결국에는 그 사람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설득해야만 하죠.


그래서 저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많이 했었고, 이번에 "설득의 심리학" 을 읽으면서 한번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설득한다는 것의 본질과 설득의 기본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제 설득의 시스템은요

제가 사용하는 설득의 시스템은 크게 두개인 것 같아요. 저는 성향상 어떤 사람이 설득되지 않을 리스크가 어떤 수준 이상으로 크다고 느끼면 그 리스크를 완벽하게 없애고자 시도하거나, 혹은 그 사람을 설득하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성향인지라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이유를 없게 만들기

아니 이게 무슨 당연한 소리냐 이런 당연한 소리를 하겠다고 앞에 몇문단을 지껄이며 내 시간을 뺏었냐 하는 분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결국 이것도 설득의 접근방법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드라마틱한 사례로 눈길을 끌어야 하는 컨텐츠들은 보통, "어떤 하나의 포인트" 에 의해 설득되어 극적인 결과를 이뤄낸 뭔가를 많이 홍보해요. 


예를 들면 전혀 세간의 기준에서 뽑을 이유가 없는 지원자지만 어떤 경험 하나, 어떤 능력 하나 때문에 뽑았다거나, 수백억~수천억의 회사 계약을 아무것도 없는 회사지만 창업자의 어떤 면을 보고 들어줬다는 그런 케이스도 (고 정주영 회장님 같은) 물론 이런 케이스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케이스를 폄하하려는 것도 아니예요.


다만 그런 케이스도 결국에 제 시각에서는 "뽑지 않을 이유" "사지 않을 이유" 를 많이 제거했기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결국 나와 같이 일해야 하는, 나에게서 이 물건을 사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를 샤프하게 만들어서는 생각보다 상대를 설득하는 좋은 무기가 되지 않아요.


특히, 회사/학교와 같이 문제가 되지 않을 계약을 하는 것이 중요한 집단에서 훨씬 이런 양상은 심해져요. 인사담당자는 최고의 직원을 뽑았다는 찬사를 들을 수 있는 채용건이 자신에게 주는 이득보다, 뭐 이런 미친 사람을 데려왔냐는 비난을 듣는 리스크를 대체로 더 크게 평가하게 되어있어요. (왜냐하면 보통 좋은 사람을 뽑아봐야 인센티브가 크지 않거든요. 그것을 측정할 방법도 마땅치 않구요.)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의 B2B 담당자 또한 마찬가지예요.


꼭 이렇게 보수적인 곳이 아니더라도, 아무리 좋은 샤프한 한가지가 있어도,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한 가지도 함께 존재한다면 사실 그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있어 매우 망설여질 수 밖에 없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사실 단번에 이해가 되어요.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협상하고자 하는 상대가 고려하는 리스크를 미리 제거하거나, 혹은 그들이 제거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죠. (약간의 블러핑은 언제나 필요하니까)


그렇게 해본 에피소드와 인사이트

결국 제가 10대 때 수년간 주위의 어른들 (선생님, 부모님) 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것은, "왜 너가 공부를 못하는 편도 아니고 내신이든 수능이든 챙기려면 챙기는데 왜 그거 다 집어치우고 다른걸 하겠다고 그러느냐" 에 대한 반박이었어요.


여러가지 방법으로 부딫혀보고 깨져보고 깨달은 사실은 저는 그것을 많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분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회적 시선과 네임밸류였어요. 번듯한 대학 하나 못 가고 그래서 직장도 별 들어본데 없는 회사에 다니념 사람이 어떻게 보이겠느냐는 것이죠. 그것의 의도가 진정으로 저를 위한 리스크 관리였을 수 있고, 아닐 수도 있었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분들이 가장 많이 리스크로 생각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었죠.


그래서 저는 파트타임 외의 스타트업의 오퍼는 거절했었고, 결국 카카오 100% 자회사의 오퍼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자퇴를 하고 자유의 몸(?) 이 될 수 있었어요. 이런 경험 때문에 저는 절대 네임밸류나 학력을 무시하지 않아요. 요즘 시대에는 학력이 다 의미없는 것 아니냐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해요.


돈을 벌거나 실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있어서는 전혀 대학/대학원이 필요 없는 시간낭비일 수 있겠으나, 결국 상대방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하는 설득에 있어서는 가장 무난한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이예요. 물론 그것은 다른 백그라운드로 대체할 수 있지만, 많은 설명이 필요없는 백그라운드가 뭐라도 있다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죠.


다른 옵션이 충분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어필하기

두 번째 시스템은 내가 지금 이 계약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니면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예요. 내가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내가 무언가를 파는 입장, 실질적인 을이더라도 항상 갑의 마인드를 가지고 갑의 입장에 섰다고 생각해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설령, 최대한 굽히고 굽혀 저자세에서 일을 처리해도 결국 이런 방식은 내가 원했던 조건에서 많은 타협을 봐야하고, 결국 일이 성사되어도 크게 만족스럽지 못한 조건과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결국에는 안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는 것이예요.


하지만, 내가 대놓고 나는 다른데 가서 해도 문제없다는 말을 해버리면 오히려 으름장 놓는 것 같아서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아요. 결국 이걸 은연중에 잘 어필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면 실제로 한정된 수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수량이며 기다리고 있는 잠재적인 구매자가 많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죠. 혹은 이미 이걸 구매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집중해 이야기하거나요.


회사 면접에 대응한다면 이미 나는 이런 회사들에서 면접을 보았으며 어느정도 긍정적이라는 것을 나의 회사 선호에 대한 정보인양 이야기한다거나, 혹은 투자를 받는 입장에 대응한다면 룸이 이정도 남았는데 이미 나에게 투자를 커밋해준 투자자가 꽤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는 것이겠죠. 


결국 사람 심리는 누구든 가지지 못하는 것에 더 집착하고,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데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가장 공포스럽게 여기는 것 같아요. 이 포인트를 잘 자극하면 협상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구요.


그렇게 해본 에피소드와 인사이트

저는 자금 회사의 시드라운드 투자를 돌 때 어느정도 이런 느낌을 풍기고자 노력했던 것 같구요. (디테일을 까기는 그런 이야기라 아쉽게도 글로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요), 예전에 파트타임 잡을 찾을 때도 이런 스킬을 많이 사용했던 것 같아요. 다른 일 받으면 그만이고, 다른 회사 가면 그만이라는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주는 답변에 슬쩍 녹이는 것이죠. 


이 스킬을 꽤 성공적으로 사용했다고 생각되는 설득은, 보통 피드백이 아주 빨리 왔고 제 의사에 의한 실제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측에서 줬던 오퍼는 보통 OK였던 것 같아요. 상품을 파는 것도, 혹은, 아주 높은 기울기로 올라가는 주식마저도 이와 같은 원리로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정리하자면요

결국 저는 이 두 시스템을 합친 상황을 만드는 것을 설득에 있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굳이 사지 않을 이유, 뽑지 않을 이유,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내가 조금 고민하고 있으면 그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예요. 여러분이라면 거절할 수 있겠나요? 결국 이런 상황에 상대방을 놓이게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성공적인 설득이었어요. 제가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만 설득당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도 했고요. 물론 여기에 매우 매력적인 하나의 포인트 혹은,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있다면 그 체결 확률과 속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구요.


저는 이런 설득의 시스템을 지금까지 적용해왔고, 관련된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어요. 앞으로 이런 설득의 시스템을 발전시키거나, 바꿀 수 있는 계기는 더욱 많을 것 같아요. 당신도 당신만의 설득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나요? 그것을 충분히 적용하고 있나요? 그것이 충분히 효과적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저도 조금 알고 싶네요...


오늘도 부족한 글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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