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앞에 재수네 아범이 그러는디, 중학교 보내려면 돈이 허벌라게 많이 든다던디’
정순은 딸 현자의 국민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두고 중학교 진학이 고민이었다.
아이를 뱃속에서 수도 없이 보내고 만난 소중한 첫째 딸, 집안 형편만 좋으면 뭐든 해주고 싶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밑으로 현자보다 어린 동생이 둘에 있으나 마나 한 술 좋아하는 남편까지 건사해야 하니 앞이 캄캄했다.
‘현자야 중학교 가고 싶으냐?’
‘…’
워낙 어렵게 얻기도 했고, 밑으로 세 살이나 어린 여동생에게 치일 만큼 더딘 딸이 안타까웠다.
현자는 집안 형편을 알아 중학교에 선뜻 가겠다고 말을 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