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첫 경험 폭식

내가 폭식을 왜 하지?

by 봉주르진
30살, 내가 폭식을 왜 하지?

미국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온 지 5개월 차. 남부러울 것 없었던 당당한 나는 사라지고, 폭식과 우울의 굴레에 빠져든 나만 남아있었다. 거울 속의 나는 죄책감, 우울함의 구렁텅이에 빠진 슬픈 어린아이 같았다. 절망적이었지만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을 뿐. 가족들을 보면 달라질까 싶어 3시간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집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더 웃긴 건 이렇게 살기 싫다고 집에 들렀다 헬스장을 갔고, 결국 휴일이라 다 닫아서 포기하고 과자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미국연수 간 먹은 삼시세끼 스테이크(폭식의 시작)

아버지가 외출하시자마자 폭식 2차전을 했다. 내가 봐도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 생각 없이 먹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렇게 먹기 전 헬스장에 갔지만 문을 닫았고! 갑자기 오는 길에 또 우울감에 휩싸였고! 집오니 배는 고팠고!

이제야 와서 조금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진짜 궁극적인 원인은 연애도, 일도, 다이어트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되니까 나 자신조차 나를 놓아버린 것 같다.

빵, 스테이크 끊임없는 식사

이제는 점점 폭식과 조금씩 이별 진행 중 -ing이지만 나를 다독여가며 30살의 첫 경험, 폭식을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조금의 위안이 되는 것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분에겐 내 경험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말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은 만큼 힘든 일이란 걸 겪어본 사람만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나만의 이야기를 적다 보면 누군가에게도 읽히고, 위안이 되는 글이 되는 날이 오길 바라며.


연애도, 결혼도, 다이어트도, 일도, 모두 놓아버렸던 30살. 다시 하나씩 그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말고 무너졌던 나만의 30살 인생을 다시 그려보려고 한다. 30살 경험해보지 않아도 되었을 경험이라도 언젠가 내 삶에 있는 수많은 뿌리 중 내 몸과 마음을 견고하게 해 줄 뿌리 한줄기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