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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주르진 Dec 27. 2023

군인의 딸, 군대 가다.

EP6. 전 남친의 육아휴직

내가 그렇게 결혼을 하고 싶었던 전 남친은 이미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다...! 한때는 같은 직업을 가졌었고,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혹시나 결혼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만 했지 육아휴직 소식을 듣게 될 줄은 플랜 A, 아니 B에 아니 그 어느 것에도 없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냥 어안이 벙벙하고 이름을 잘 못 들었나? 우연인가? 아니겠지 온갖 부정을 했다. 하필 싱글인 이때 들은 유일한 소식이 그의 소식이자, 육아 휴직이라니. 누구보다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나인데 정작 그와 반대인 상황이 되었다. 


미혼으로 전 남친의 육아 휴직 소식을 듣는다면 복잡 미묘한 그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나의 20대 중후반, 그의 30대 초반에 만나 그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2년을 만났다. 하지만 엄마와 영원한 이별과 함께 그와의 이별도 찾아왔다. 결혼을 하고 싶었던 나 VS 결혼은 아직이라며 조금 여유를 가지자 했던 그 남자. 내가 30대가 되어보니 조금은 이해 가는 그의 말들이 이제와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그렇게도 그립고, 그렇게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좋은 남자를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 미련 모든 감정들은 또 다른 누군가와의 만남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와 헤어진 후 공부와 운동에만 몰두했고,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그냥.. 경력이 조금 더 쌓였다..? 그래도 경력이라도 쌓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누군가 좋아한다 해도 마음이 가지 않았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핑계를 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3년, 어느새 4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누구보다 많이 의지했고, 무엇보다 엄마와의 이별을 준비하던 그때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몰아쳐왔을 때... 그냥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독립적으로 살아왔기에 이런 의지를 한다는게 어색하면서도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모습이 부담이 되었을 거 같기도 하고 안 맞았기에 헤어진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하면서도 때때로 혼자만의 늪에 빠질 때면 부질없는 생각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런데! 육아휴직이라니.. 그것도 오랜만에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가. 지인이 겹치는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싶었다. 


미련하게도, 한동안 이따금씩 잘 지내나 간혹 궁금했던 시간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던 시간들 다 쓸데없는 시간에 헛된 낭비를 한 거 같아 나 스스로가 너무 못나보였다.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혼자 뭐 한 거지, 여태까지 결혼도 안 하고 뭐 하고 있는 거지, 나 뭐 하고 있는 거니?" 퇴근하는 길 네비를 켜놓고도 목적지를 잃은 사람처럼 방황했다. 그때 떠오른 나의 친구 편백이. 그녀에게 한탄했다. "나 욕 한 바가지만 해줘!! 정신 못 차린 거 같아. 이미 지나간 사람인데 왜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참.." 그녀는 공감해 주며 누구라도 그런 소식을 들었다면 비슷할 거라고 나의 자존감 지킴이가 되어줬다. 


그때의 감정을 어쩌면 이것도 추억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래도 내가 가장 힘이 들 때 위로해 줬던 그에게 고마운 마음만 남은 거 같다. 나보다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했을 거란 생각에 어쩌면 나보다 더 잘해 줄수 있는 사람을 만났기에 결혼 결심이 들었나보다. 결혼생활을 꿈꾸고 싶을 만큼의 감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봤다는 게 어쩌면 감사한 일일 수도 있겠구나싶다. 서로에게 부족했지만 나도, 그도 그때는 최선을 다했고 이게 우리의 엔딩이었던 거라고. 각자에게 좀 더 맞는 사람을 만나는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며. 나에게도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꿈꾸는 날이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때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애써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본다. 나의 엔딩도 해피엔딩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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