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재단 My future, My business 4기
조금 더 살아가면 살 수록, 인복이 많은 삶이라 느낍니다. 언제나 해막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요. 가끔씩 무례한 이들과 뜻밖의 장애물을 맞닥뜨릴 때에도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던 건 모두 주위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해방감을 기대하며 찾았던 한 여름의 바닷가. 그곳에서 저는 제 인생에 구원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깊고 진득한 늪이나 갯벌에 빠져도 나를 단박에 들어 올려 줄 사람은 없구나. 살고자 한다면 스스로 천천히 뒤로 누워 땅을 짚고 기어 나와야겠구나. 나의 숨은 누군가에게 맡겨진 게 아니구나. 스무다섯 해의 삶을 훌쩍 넘긴 뒤에야 이르게 된 해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변을 추천해 준 친구가 있었는데요, 고맙게도 해막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꾸준히 지켜봐 주었습니다. 제가 돈을 벌지 못할 때에는 적은 활동비라도 받을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해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해막을 소문내 주었죠. 본인의 일상도 아주 바쁜데 말이에요. 많은 업무에 치여 저를 잠시 잊어버리는 게 자연스러웠을 올해 봄에도, 그 친구는 어김없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었습니다.
여성 소상공인을 위한 마이 퓨처 마이 비즈니스 사업이 지금 신청을 받고 있으니, 네가 해봤으면 좋겠다. 고마워. 하지만 내가 붙을 수 있을까. 지원 사업에서 줄줄이 떨어지던 경험이 아직 잊히지 않았던 때라 딱히 자신이 없었거든요. 확신 없이 지원서를 써 내려가며 어떤 숫자나 성장 가능성 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심정을 적었습니다. 이 사업에 신청한 이유는 친구의 추천 때문이다. 주변에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업에 붙어서 그 응원이 부끄러워지지 않게 만들고 싶다.
다행스럽게도, 오리엔테이션이자 첫 번째 교육 시간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육은 이화여대에서 진행되었고, 디지털 마케팅 관련 주제로 총 세 번 진행되었습니다. 교육마다 과제도 있어서 열심히 릴스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해 보기도 하고, 마인드 맵을 통해 SNS 마케팅 전략을 회고해 보기도 했어요. 특히 마지막 과제였던 마인드 맵은 처음엔 막막했지만 하다 보니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이었습니다. 머릿속에만 늘여 놨던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것저것 더하고 싶은 말들을 죄다 적어서 그런지, 갑자기 마지막 교육날에는 우수 사례로 발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약 10분이었는데, 두서없이 말을 늘어놓다 보니 시간도 못 맞추고 끝내버린 게 지금도 살짝 아쉽네요. 그래도 발표를 통해 이전에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다른 대표님들과도 대화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오프라인 교육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의도 진행되었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자막까지 완벽히 달린 채로 업로드되어 볼 때마다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참여자들을 굉장히 신경 써 주시는 게 느껴졌어요.
아쉽지만 참여 기업 중 딱 절반만 추가 컨설팅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어요. 솔직히 지원금을 너무 받고 싶었습니다. 교육이 이루어지던 올해 상반기에는 여전히 매출이 저조해서 돈이 간절했거든요. 그 마음이 통했는지 감사하게도 컨설팅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진단 컨설팅, 세 번의 담당 컨설팅, 추후 보완 컨설팅을 받았고요. 진단 컨설팅에서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 담당 컨설팅에서는 더 부지런해야 된다는 따끔한 충고를 받고, 보완 컨설팅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회계 처리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회계 질문을 했던 보완 컨설팅은 지금까지 참여해 본 컨설팅 중에 제일 명확하고 좋았습니다.
지원금으로는 꼭 들이고 싶었던 전기 찜기를 샀고요, 막걸리를 채워 넣을 쇼케이스도 구매했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홈페이지 구축 비용과 광고비로 사용했어요. 그 덕에 이전에 올린 글과 같이 유료 광고도 집행해 봤습니다. 지원금이 없었더라면 모두 꿈도 못 꿨을 겁니다. 교육은 이화리더십개발원에서 준비해 주셨다면, 컨설팅은 (주)렛츠 담당자님이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셨습니다. 이렇게 보니 감사한 이해관계자 분들이 정말 많네요!
올해 여름은 마퓨마비 교육으로, 가을은 컨설팅과 지원금 사용으로 알뜰하게 채워 보냈습니다. 어느새 겨울이 되어 성과공유회가 진행되었고요. 직전에 다른 교육에서 사업 계획서를 발표해야 해서 못 갈 뻔했지만 다행히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추고 돌아올 수 있었어요. 마지막 행사까지 어찌나 세심하게 준비하셨는지! 매번 받아만 갑니다.
저의 친구와 마퓨마비 사업은 해일막걸리의 사정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어 주셨어요. 더 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셨고요. 그만큼 정말 사업 참여 이후부터 매출이 점점 올랐습니다. 아직 대출금을 갚고 제 월급을 가져가기에는 많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여유가 생겼고요. 무엇보다 주신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입니다.
나의 구원은 오롯이 나의 몫이지만, 나라는 사람은 언제나 누군가의 힘을 받아 살아갑니다. 모순으로 가득 찬 인생에서 저는 더 성공한 사람 혹은 더 성장한 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저에게 마음을 내어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저를 더 바르게 살게 하고, 더 충분히 살게 해주고 계십니다.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사랑 한 움큼을 떼어 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날에도 이 고마움은 잊히지 않을 거예요. 올해도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