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집사람이 마트에서 열무를 잔뜩 사 왔다.
우리 집에서는 저 재료로 뭔가를 만들어낸 적이 없는지라,
“뭐 하려고 저렇게 잔뜩 산겨?”
“열무김치 담가볼라고”
“니가??? 어떻게 담그는지 알어?”
“인터넷 있잖어”
내가 할 일이 많겠구나 싶었다.
아무래도 열무 씻고 절이는데 힘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서 시키기 전에 움직이자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내가 뭘 도와주면 좋을지 물어봤다.
여지없이 씻고 절이라는 명령.
그 사이에 양념을 만들어 놓으시겠단다.
손으로 자꾸 만지면 풋내 난다고 뒤적거리지 말라고 하는데, 씻고 절이는데 어떻게 안 만지고 할 수가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라고 믿고 있을 몇몇 네티즌들의 엄중한 경고였을 테니 따를 수밖에.
이틀 뒤에 밖에 내놨던 열무김치가 밥상에 올라왔다.
언빌리버블~~~
내가 태어나서 먹어 본 열무김치 중 가장 맛있는 열무김치였다.
그날부터 라면에 열무김치, 비빔밥에 열무김치, 맨밥에 열무김치......
더 이상 김장김치는 설 자리가 없었다.
그다음 주 토요일에는 쪽파가 또 한 다발 식탁에 놓여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파김치를 만든다는 어명이 내려졌다. 열무김치에 비해서는 매우 간단한 일들만 주어져서 어찌어찌 슬슬 도우면서 뚝딱뚝딱 금방 만들어냈는데, 저녁에 삼겹살과 함께 맛본 파김치는 천하일미였다.
아무리 네티즌의 힘이 강하다 하더라도 집사람의 손맛이 아니면 이렇게 완벽한 열무김치와 파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집사람이 드디어 생활의 달인 경지에 이르렀다.
소파에 앉으면 스마트 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 항상 물아일체의 표본을 보여주던 집사람인데, 그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나 보다.
그나저나 당분간 주말은 큰 일 났다고 봐야 할 듯하다.
장인어른께서 시골에서 마늘을 가져다주셨는데, 그 양이 산더미다.
작년, 그 작년에도 몇 날 며칠 마늘만 까다 열 손가락 붓지 않은 손가락이 없었는데 또다시 고행의 길이 예고되었으니, 그 고통은 실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산티아고는 저리 가라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으나 그걸 즐기기보단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사람에게 물었다.
“마늘 잘 까는 방법 인터넷에서 한 번 찾아봐봐.”
“없어 그냥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