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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죰 Jun 03. 2016

03.
표정이 없는 사람들

2016. 5. 16 -  스톡홀름 첫날

# 2016. 5. 15  -  9PM


스톡홀름 공항에 도착하자, 밀레니엄 소설에서 묘사했던 것과 같이 차갑고 맑은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서울보다 꽤 춥다는 말을 미리 들은 덕에 꽤 두꺼운 트렌치코트를 챙겨왔는데도 많이 추웠다.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추적추적 내리는 비 때문에 체감 기온은 예상기온보다 더욱 낮게 느껴졌다.


북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부(富)국이자 복지 강국인 스웨덴의 위엄 넘치는 명성과는 달리 스웨덴 아를란다 국제 공항은 생각보다 소박한 모습으로 낯선 동양인 여행객을 반겼다. 짐을 찾는 공간도 인천공항만큼 크거나 화려하진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서 여행 온 동양인 여자 여행객은 나 뿐인 것 같았다. 유난히 키가 큰 스웨덴 사람들과 다양한 여행객 사이에서 비집고 서있으니 왠지 작은 난쟁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공항을 떠나 시내로 들어가는 Air Shuttle(Flybus)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니, 생각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다. 붉은 벽돌의 빌딩과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비오는 날의 런던이 떠올랐다. 대신, 사람이 아주 많이 없는 런던.


스톡홀름의 서울역인 City Centralum

시내에 도착해 호텔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구글맵이 엉망인 바람에 또 삼십 분 가량을 헤매고 말았다. 혼자 다닐 땐 의외로 씩씩하고 철판깔기에 능숙한 나인데도, 이상하게 스톡홀름에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기가 망설여졌다. 쌀쌀한 날씨와 유난히 표정이 없는 스톡홀름 사람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가. 내가 느낀 스웨덴 사람들은 생각보다 관광객에게 먼저 다가서는 유형은 아닌 것 같았다. 먼저 다가서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없는 것처럼 시선을 다른 곳에 두니 말을 걸 수가 없다. 그렇게 헤드셋을 낀 채 무표정으로 정면을 향해서 돌진하는 몇 명의 사람들을 보냈다.


겨우 정류장에서 용기를 내 무심해보이는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또 능숙한 영어로 예상보다 의외로 친절하게 답해준다. 그 후 며칠 간 느낀 평균적인 스웨덴인에 대한 인상은, 먼저 다가서서 도와줄만큼 외향적이진 않지만 물어보면 또 항상 친절하게 답해준다는 것. 그리고 딱, 물어본 질문까지만 대답해준다는 것(!)ㅋㅋ 아직 친해져본 스웨덴인은 없지만, 북유럽 출신 사람은 대체로 친해지긴 어려워도 친해지면 정이 아주 깊다고 한다.


World Economic Forum 이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어를 가장 잘 구사하는 비영어권 국가로 스웨덴이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스웨덴 사람의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성급한 일반화는 아닌 것이, 스웨덴 자체가 영어 구사자가 전국민의 약 70% 가 넘는다.(스톡홀름의 경우 심지어는 캐나다보다도(!) 영어 구사자 비율이 높을 정도다. 캐나다는 퀘벡 주를 포함한 몇몇 곳은 프랑스어권 지역이며, 이들 중 영어 배우기를 거부하고 프랑스어만 고집하는 이가 꽤 된다고 한다.) 며칠 간 지내며 관찰하고 구글에 'Why swedish speaks English so well' (why swedes..까지만 쳐도 자동완성이 될 정도)을 쳐보았다.


먼저 문장 구조가 영어와 꽤 유사하다. 내가 느낀 바로는 영어와 독일어가 비슷했고, 독일어와 스웨덴어가 서로 유사했다.

또, 스웨덴은 자국 방송 컨텐츠가 90년대까지만 해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까닭에, 주로 영미 방송 컨텐츠가 공중파에서 방영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공중파에서 '더빙'된 방송이 나오지만 스웨덴 TV에서 외화방송은 무조건 '원 음성에 스웨덴어 자막'이다. 스웨덴어와 영어에 유사점이 많다 보니 TV를 가까이 하다보면 자연스레 영어에 대한 감각이 길러질 것도 같다. 좋겠다. TV덕후가 되면 자연스럽게 영어 덕후가 되는 그런 바람직한 현상....


또, 감히 추측해보건대 더빙 방송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장애인이나 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아주 활발한 스웨덴에서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Thorildspan 역에서 도보 5분거리였던 숙소. 그나마 찾아본 숙소 중 가장 가성비대비 좋았다. 위쪽 왼편은 테라스 뷰, 오른편은 지하철 역사 내 인테리어 뷰.


호텔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든 날씨에 대한 감상은 한마디로 '뜨듯한 칼국수가 먹고싶은 날씨' 였다. 먹본능에 충실한 나 다운 생각이다. 덕분에 도착하자마자 컵라면을 꺼내 허겁지겁 먹고, 소화도 채 되기 전 쏟아지는 졸음에 몸을 맡겼다.


* 스톡홀름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식은 Arlanda Express 기차를 타거나 Air shuttle(Fly Bus)을 타는 식이다. 아를란다 익스프레스는 시내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40분이 걸리는 버스에 비해 가격이 2배나 비싼 250크로나=한화 3만8천원 정도 이다. 조금만 부지런 떨어서 버스를 타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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